1년 중 마지막 급식시간이다.
내일이면 3학년은 졸업을 하고, 1,2학년은 종업식을 한다. 한 달여간 급식실은 찬 공기로 가득할 것이다.
배식시간이 시작되면 바로 직후보다 20분 뒤 80%이상의 학생들로 급식실이 꽉 채워질 때가 가장 바쁘다. 4개 배식대를 종종걸음으로 순회한다. 준비한 음식을 정량배식을 하더라도 부족할 때가 있어 배분을 잘 해야한다. 반찬이 비워지기 전에 다른 바트로 교체한다. 배식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1순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을 뗄 수 없고, 분주하다. 그러는 사이에 학생들은 물밀듯이 밀려들어온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배식이 시작 되고 20분 후 쯤, 갑자기 학생 한 명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린다.
학생회장이었다.
"1년동안 맛있는 밥을 해주신 영양사 선생님들과, 급식 아주머니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배식 시간 내내 바트안의 음식들이랑만 시선을 마주한 조리원 분들이 뻐근한 고개를 든다. 눈이 번쩍 동그래지신다.
그 때, 내 이름이 불린다.
"OOO선생님!"후에 학생 한명이 꽃다발을 하나 가지고 나에게 온다.
분홍색을 입고 있는 여러 종류의 꽃이 한데 모여 예뻣다. 웃음이 절로 나오고(위생마스크를 쓰고 있어 혼자 함박 웃음 지은 사람이 되었다.) 엉덩이를 씰룩 거리면서 손을 흔들었다.
뒤이어 여사님들의 성함이 한 명씩 들렸다.
"김OO선생님!"
"이OO선생님!"
"김OO선생님!"
"최OO선생님!"
"정OO선생님!"
"유OO선생님!"
"박OO선생님!"
...
각각 다른 학생들이 여사님들을 찾아서 꽃다발을 손에 쥐어주었다.
분주하고 놀란 상황에서 꽃 전달식과 배식이 마무리가 되었다. 프로포즈를 받을 때 깜짝 놀라 눈물이 나오는 것처럼, (눈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마음이 뭉클하고 어떤 반응을 해야할지 몰라 여사님들은 얼음이 되셨다.
급식실의 정리정돈 마무리가 된 후에야 마음의 안정을 찾으셨다. 나야 이 근무지에서 1년 여간 짧게 있었지만, 여사님들은 많게는 7년있으셨다. 그 긴 세월동안 이런 호강을 받는 것은 처음이시라며 소녀처럼 기뻐하셨다. 사진을 찍으시고, 연신 학생들의 칭찬으로 수다를 이어나가셨다. 여사님들도 여성이다. 꽃 한송이에도 행복해하실텐데 큰 이벤트와 함께 꽃다발을 받으셨으니 웃음꽃이 활짝 피셨다.
오늘의 이벤트 하나로 1년간 주방 속의 더위와, 힘듦과, 고단함이 다 연기처럼 증발했다. 그 동안, 음식이 모자랄 때도 있었고, 발주(주문)한 식재료와 다른 제품이 들어와 당황하기도 하고, 비가 퍼붓던 날 출근을 했더니 물이 흥건하게 새어 들어온 날도 있었고, 수 많은 변수들과 하루하루를 보냈다. 안 좋은 기억들이 꽃다발로 뒤덮혔다. 표현에 서툰 학생들일텐데, 용기내서 감사인사를 해 준 아이들에게 고맙다. 그 마음을 받아 더 정성스러운 음식으로 보답해야겠다. 마음 속에 오늘의 꽃다발을 품어 놓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