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A 펀딩을 가로막는 초기 단계의 결정적 실수들

by 김영채

I. 자본 유동성 축소와 실질 자산 중심 평가


한국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 시드와 시리즈 A 단계가 위축된 배경은 명확하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자본 조달 비용이 상승했고 투자자들은 불확실한 성장을 기대하며 자금을 투입하지 않는다. 과거의 투자 결정이 창업자의 학력이나 시장의 잠재력 같은 추상적인 요소에 의존했다면 현재는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이나 법적 보호를 받는 기술적 실체가 기준이 된다. 유동성이 넘치던 시기에 통용되던 정성적 평가 방식은 실무 현장에서 효력을 잃었다. 자산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는 초기 기업에게 자본의 문턱은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정량적 검증 체계가 강화되면서 아이디어 중심의 초기 창업팀들이 대거 탈락하고 있다. 과거에는 서비스 유입자 수나 앱 다운로드 횟수 같은 지표만으로 후속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지금은 해당 지표가 실제 매출로 연결되는 구조를 입증해야 한다. 매출의 지속 가능성을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받고 있는지 여부도 필수 검토 대상이다. 투자사들은 창업자의 비전보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적 실체에 집중한다. 정부 지원금으로 연명하던 기업들이 걸러지면서 민간 자본은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한다. 자본이 이동하는 통로가 좁아지고 입구가 높아진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초기 창업 생태계에 경고등을 켰다. 권리 관계를 사전에 정리하지 못한 팀들은 자본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사라진다. 반면 기술적 기반이 탄탄한 팀들은 이전보다 큰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 시드 단계의 붕괴는 준비되지 않은 창업자에 대한 시장의 거절이다. 투자자들은 위험 분산을 위해 확실한 담보를 요구하며 그 핵심에 지식재산권이 있다. 기술의 독창성을 증명할 특허가 없거나 권리 범위가 좁은 기업은 투자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실무적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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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기술 방어 체계 구축과 권리 범위 검증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실패하는 주된 원인은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아낼 방어 기제의 부재에 있다. 기술적 해자가 없는 비즈니스는 자본력을 갖춘 기존 기업이나 플랫폼의 공격 앞에 무력하다. 시드와 시리즈 A 단계에서 투자가 급감한 이유는 유사 서비스가 난립하며 시장의 신뢰를 저하시켰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 한다. 이때 기술적 해자를 증명하는 수단이 지식재산권이다. 대다수 초기 기업은 특허를 정부 사업 가점용으로만 관리해 왔다. 권리 범위가 부실하거나 핵심 구성요소가 누락된 특허는 투자 심사 과정을 통과하지 못한다.


심사 기준이 상향되었다는 사실은 기술의 법적 보호 가능성이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딥테크 분야로 자본이 쏠리는 현상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소프트웨어 서비스는 복제가 쉽고 진입 장벽이 낮다. 반면 하드웨어와 결합하거나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보유한 기술은 특허를 통해 강력한 장벽을 구축할 수 있다. 투자사 내부의 기술 심사 인력들은 명세서의 청구 범위를 직접 분석한다. 이들은 기업이 향후 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혹은 회피 설계에 당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판정한다. 기술력을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구성요소 추출이나 하위 구성의 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기업은 도태된다.


초기 창업 단계에서 기술적 해자를 구축하지 못한 팀들은 런웨이가 끝나는 시점에 퇴출된다. 자본 시장은 창업자의 열정이 아니라 기업이 보유한 무기의 예리함을 평가한다. 경쟁사가 기술을 도용했을 때 법적으로 제지할 힘이 있는지 확인한다. 시리즈 A 단계에서 요구하는 지표는 과거의 매출 성장률에서 현재의 기술 독점권 점유율로 이동했다. 창업자가 기술 개발 초기부터 명세서 전략을 수립하고 권리 범위를 최적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자가 없는 성은 쉽게 함락되며 자본은 무너질 성에 투자하지 않는다.


III. 기업 매각 가치 산정과 지식재산권의 역할


엑시트 경로가 좁아진 상황에서 기업의 생존은 자산 가치의 현금화 능력에 좌우된다. 상장 문턱이 높아지고 매수 합병이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하면서 매수 기업은 대상 기업의 자산 구성을 최우선으로 검토한다. 초기 스타트업에게 자산은 인력과 기술이다. 인력이 이탈해도 기술이 회사에 남으려면 직무발명보상제도와 같은 내부 규정이 완비되어야 한다. 기술이 특허권이라는 형태로 객관화되어야 자산 가치가 인정된다. 재무제표상의 숫자가 미비하더라도 보유한 특허의 질적 수준이 높다면 기업은 기술 금융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거나 유리한 조건으로 매각될 수 있다.


창업자들은 수익 모델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지식재산권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비즈니스 모델 특허는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기능을 넘어 수익 창출 경로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주장하는 수단이다.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기술 가치 평가 등급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들은 지식재산 담보 대출을 통해 운영 자금을 조달한다. 특허가 실질적인 화폐 가치를 지닌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본 시장의 위축은 거품이 제거되는 과정이며 그 자리에 남는 것은 실체 있는 기술 자산뿐이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불균형을 극복하려면 지식재산 중심의 경영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특정 산업군에 속해 있는지보다 기술이 얼마나 단단한 권리로 묶여 있는지가 생존의 본질이다. 시드 단계부터 청구항 1항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종속항을 통해 다양한 실시 예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쳐야 한다. 이것이 유동성이 고갈된 시장에서 투자자의 신뢰를 얻고 기업 가치를 보전하는 경로다. 창업의 흐름은 미사여구의 시대를 지나 증명과 권리의 시대로 진입했다. 준비된 자산만이 시장의 선택을 받으며 그 자산의 핵심은 견고하게 설계된 지식재산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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