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는 스스로 자신의 몸값을 '시세'에 맞추는 행위다. 남들이 시간당 얼마를 받으니 나도 그 정도를 받겠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 전락시키는 지름길이다. 시장가는 평범한 다수를 위해 존재한다. 본인이 브랜딩을 하는 이유는 그 평범한 다수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따라서 견적을 낼 때 절대 시장 평균을 참고하지 않는다. 본인이 생각하는 가치에 마진을 붙여서 부른다. 그리고 그 가격이 왜 합당한지 증명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고객은 가격이 비싸서 도망가는 것이 아니다. 그 가격을 낼만한 확신을 주지 못해서 도망간다.
견적서에는 '시간당 인건비'라는 항목을 없애야 한다. 대신 본인이 제공하는 솔루션의 가치를 항목화한다. 예를 들어 '디자인 용역'이라고 적으면 고객은 다른 디자이너의 단가와 비교한다. 하지만 '브랜드 시각화 및 저작권 보호 패키지'라고 적으면 비교 대상이 사라진다. 서비스의 명칭을 본인만의 용어로 바꾸고 그 안에 포함된 독자적인 프로세스를 나열한다. 경쟁자가 없는 상품에는 시장가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부르는 게 값이 된다. 이를 위해 본인의 업무를 쪼개고 재조립하여 세상에 없는 패키지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비싼 가격은 그 자체로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된다. 저렴한 가격은 품질을 의심하게 만들지만 높은 가격은 호기심과 기대감을 유발한다. 고객은 무의식적으로 비싼 것이 좋다고 믿는다. 초기에 진입 장벽을 높여서 아무나 의뢰할 수 없게 만든다. 싼값에 일을 맡기려는 고객은 어차피 나중에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결제를 미루는 악성 고객이 될 확률이 높다. 높은 가격은 우량 고객을 선별하는 필터 역할을 한다. 가격 경쟁은 승자가 없는 싸움이다. 남들보다 싸게 해주겠다고 말하는 순간 전문가는 을이 된다. 남들과 다르니 비싸게 받겠다고 선언해야 갑이 된다. 지금 당장 본인의 서비스 단가표를 수정해라. 숫자를 올리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마라.
높은 가격을 정당화하려면 그에 맞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말로만 실력이 좋다고 떠드는 것은 사기꾼도 한다. 눈에 보이는 물증이 필요하다. 이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본인의 IP(지식재산)다. 특허증, 상표 등록증, 출판된 저서, 언론 보도 자료, 실제 성공 사례 데이터가 견적서 뒤에 붙어야 한다. 고객이 가격에 의문을 품을 때 말로 설득하려 들지 말고 이 증거 자료들을 들이민다. "제 방식은 특허받은 독자적인 기술이며, 이 방식을 적용했을 때 평균 200%의 성과가 났습니다"라고 말하며 데이터를 보여주면 고객은 입을 다문다.
제안서의 때깔부터 달라야 한다. 한글이나 워드 파일에 대충 적어서 보내는 견적서는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디자이너를 써서라도 제안서 양식을 브랜드 화보처럼 만들어야 한다. 표지에는 본인의 로고와 슬로건을 박고 내용은 철저하게 고객의 이익 중심으로 기술한다.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가 아니라 고객이 나를 고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득을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한다. 1000만 원을 달라고 하려면 1억 원을 벌어주겠다고 약속하면 된다. 고객은 비용을 쓰는 것이 아니라 투자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본인만의 진단 도구나 프레임워크를 제안 과정에 포함시킨다. 미팅 자리에서 종이 한 장 꺼내 놓고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개발한 '진단 키트'를 꺼내서 고객의 상태를 점검해준다. 이러한 도구는 전문가의 권위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의사가 청진기를 대고 진단하면 환자가 처방전에 토를 달지 않듯이 전문가가 독자적인 도구로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면 고객은 그 해결책을 신뢰한다. 도구가 있으면 과정이 있어 보이고 과정이 있어 보이면 가격 저항이 줄어든다. 견적은 엑셀로 뽑는 것이 아니다. 본인의 모든 지식 자산을 총동원하여 고객을 압도하는 과정이다. 압도당한 고객은 가격을 깎지 않는다.
가격 결정권의 완성은 거절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아쉬운 사람이 우물 판다. 전문가가 일감을 구걸하는 모습을 보이면 고객은 즉시 가격을 후려친다. 협상 테이블에는 언제든 자리를 박차고 나갈 준비를 하고 앉아야 한다. "내 조건이 맞지 않으면 다른 전문가를 찾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배짱이 필요하다. 이 태도는 오만함이 아니라 자신감의 표현이다. 고객은 자신감 없는 전문가에게 일을 맡기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본인이 까다롭게굴수록 고객은 더 간절해진다.
할인을 요구하는 고객에게는 원칙으로 대응한다. 단순히 가격을 깎아주는 행위는 본인의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다. 정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면 가격을 깎는 대신 제공하는 서비스의 범위를 줄인다. "그 예산으로는 A와 B 서비스만 가능합니다"라고 명확하게 선을 긋는다. 이것은 타협이 아니라 거래다.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소문은 금방 퍼진다. 한 번 가격을 무너뜨리면 기존에 제값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을 호구로 만드는 짓이다. 가격 정책은 헌법처럼 지켜야 한다.
가끔은 일부러 고객을 거절하는 퍼포먼스도 필요하다. "죄송하지만 현재 대기 중인 프로젝트가 많아 3개월 뒤에나 착수가 가능합니다"라고 말해라. 설령 스케줄이 비어 있어도 바쁜 척을 해야 한다. 인기 있는 식당에 줄을 서는 심리와 같다. 희소성은 가치를 높인다. 본인의 시간을 아무 때나 살 수 있는 싸구려 상품으로 만들지 마라. 돈을 싸들고 와서 제발 일 좀 해달라고 사정하게 만들어야 한다. 주도권은 내가 쥘 때 빛이 난다. 고객에게 끌려다니며 푼돈을 벌지 말고 내가 판을 짜고 큰돈을 벌어야 한다. 가격의 권위는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는 태도에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