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취1-1

마시는 일만은 아니었다

자취

— 마신 적 없는 고요

단순히 물을 마시는 일은 아니었다
비어 있던 잔에 빛이 번지는 순간
닫혔던 세계가 서서히 열린다
향의 길을 따라가면
혀끝에 머무는 맛
그 맑은 단맛이
지나온 계절의 떫은 기억들을
낮게 가라앉힌다
조잘대던 초록잎들
손바닥의 온기로 소음을 잠재우고
찻잔 속에 어린 정적
잎은 물속에 잠기고
번뇌는 천천히 가라앉는다
내면을 스치던 소란은
서늘한 물빛아래 숨을 거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