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는 일만은 아니었다
자취— 마신 적 없는 고요단순히 물을 마시는 일은 아니었다비어 있던 잔에 빛이 번지는 순간닫혔던 세계가 서서히 열린다향의 길을 따라가면혀끝에 머무는 맛그 맑은 단맛이지나온 계절의 떫은 기억들을낮게 가라앉힌다조잘대던 초록잎들손바닥의 온기로 소음을 잠재우고찻잔 속에 어린 정적잎은 물속에 잠기고번뇌는 천천히 가라앉는다내면을 스치던 소란은서늘한 물빛아래 숨을 거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