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사라진 목소리
선택의 언어 – 5화: 사라진 목소리
인트로
선택은 단어가 되어 울림을 남기고,
그 울림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지워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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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엘은 케르벤과의 첫 대결에서 자신의 숨겨진 힘을 발휘했다.
붉은 파동과 빛의 언어가 폭발하며 통로는 붕괴되고,
눈을 떴을 때 엘라는 그의 곁에서 사라져 있었다.
1. 낯선 하늘
라엘은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머리 위로 펼쳐진 하늘은 도시에서 본 회색 하늘과 달랐다.
붉은 기운이 희미하게 감도는, 마치 상처 입은 빛 같았다.
“엘라…?”
라엘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주변에는 부서진 돌더미와 붉게 번진 글씨들뿐,
엘라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종이가 쥐어져 있었다.
하지만 종이 위의 문장은 완전히 사라지고,
잔열만이 미약하게 손끝을 태우고 있었다.
내가… 그녀를 지켜내지 못한 건가…?
라엘의 심장이 절망 속으로 가라앉았다.
2. 잔향 속의 목소리
바람이 불자, 붉은 먼지가 허공에서 글자 모양으로 흩날렸다.
라엘은 본능적으로 그 글자들을 눈으로 따라 읽었다.
“빛은… 침묵 속에서도…”
순간, 라엘의 머릿속에 익숙한 목소리가 울렸다.
엘라의 목소리였다.
“라엘, 나를 찾지 마.
지금 너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어.
하지만… 네가 내 이름을 진짜 언어로 부를 날이 오면,
나는 반드시 돌아갈 거야.”
“엘라! 어디 있는 거야?!”
라엘이 소리쳤지만,
그 목소리는 허공에서 잔향처럼 사라졌다.
3. 도시의 변화
지상 도시.
광장의 스크린은 계속 깜빡이며
허락되지 않은 단어를 반복했다.
“빛…
빛…”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귀를 막았다.
하지만 몇몇은 그 단어를 속삭이듯 따라 했다.
그 속삭임이 서로를 자극하며 점점 커졌다.
그리고 그때,
검은 코트를 입은 침묵의 경찰들이 광장으로 진입했다.
그들의 발걸음이 동시에 멈추자,
광장은 숨조차 삼킬 수 없는 침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케르벤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인가 단어의 확산을 막아라.
입술이 움직이는 자는 모두 체포하라.”
그의 명령과 동시에 사람들의 비명조차 사라졌다.
침묵은 이제 공포의 언어가 되었다.
4. 낯선 동행
라엘이 무너진 돌더미 사이를 헤매던 중,
낯선 그림자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림자의 주인은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는 소녀였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수백 년의 세월을 간직한 듯 깊었다.
“너… 라엘이지?”
그녀가 조용히 물었다.
“누구야? 넌 어떻게 내 이름을 알아?”
라엘이 경계하며 물었다.
소녀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남겨진 자’.
기록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단어들을 지키는 존재야.”
라엘의 심장이 요동쳤다.
“엘라가… 엘라가 어디 있는지 알아?”
소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며 말했다.
“그녀는 지금 이 도시의 침묵 그 자체에 삼켜졌다.
네가 언어의 진짜 힘을 깨닫기 전까지,
그녀의 목소리는 돌아올 수 없어.”
5. 라엘의 분노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뭘 하면 돼?”
라엘의 목소리가 떨렸다.
소녀는 그의 손에 닳아버린 종이를 바라봤다.
“그 종이… 그것은 언어의 씨앗이자 열쇠다.
하지만 네가 지금처럼 두려움에 떨며 단어를 내뱉는다면,
그 씨앗은 붉은 파동으로 변해 모두를 파괴할 것이다.”
라엘은 두 손을 꽉 쥐었다.
“내가 그 힘을 통제하겠다.
그리고 엘라를 반드시 찾아낼 거야.”
소녀는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결심은 선택의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네 선택은 반드시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6. 새로운 위협
멀리서 땅이 진동하며 붉은 그림자가 일렁였다.
소녀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
“침묵의 경찰이 아니다… 이건 훨씬 더 오래된 것들이야.”
라엘은 숨을 삼키며 그 붉은 그림자를 바라봤다.
그것은 형체 없는 울음이었고,
수많은 음절이 뒤엉켜 하나의 괴물이 되고 있었다.
“라엘, 도망쳐!”
소녀가 외쳤다.
하지만 라엘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천천히 떨리며 하나의 단어를 만들고 있었다.
“엘라…”
붉은 괴물이 그 이름에 반응해 울부짖었다.
그리고 순간, 도시 전체의 불빛이 꺼졌다.
마지막 장면 – 클리프행어
완전한 어둠 속에서,
라엘의 손끝에서 미세한 빛이 피어올랐다.
그 빛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엘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엘… 나를…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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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괴물의 정체와, 엘라가 사라진 진짜 이유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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