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 – 7화: 첫 번째 타락 – 잃어버린 날
시즌 1 – 7화
〈첫 번째 타락 – 잃어버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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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한복판에서 진리가 값으로 거래되었다.
소년은 유혹의 병을 거부했고, 그 순간 바닥이 갈라지며 검은 불길이 솟았다.
균열의 웃음이 메아리칠 때, 소년은 “봉인의 길”을 선택하겠다고 외쳤다.
1. 흔들리는 시계
땅이 요동쳤다. 가판대가 뒤집히고, 빛이 잘린 듯 그림자가 튀었다.
소년은 흔들리는 몸을 버티며 외쳤다.
“사람들! 뒤로!”
그러나 군중은 소리를 삼킨 채 흩어졌다.
검은 불길은 시장 길바닥의 선들을 따라 자라났다.
그때, 허공 어딘가에서 금속 소리가 울렸다—딸깍.
머리 위 시계탑의 긴 바늘이 멈추고, 짧은 바늘이 제자리에서 뒤로 물러났다.
“시간이… 거꾸로 간다?”
소년의 속삭임에, 균열 상인은 웃음을 번졌다.
“네가 거래를 거부했으니, 내가 시간을 사겠다.”
2. 사라지는 한 칸
탑의 원판에는 낡은 숫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1, 2, 3… 7, 그리고 8.
소년은 눈을 크게 떴다.
“저건… 어제 없던 숫자야.”
상인이 대답했다.
“있지. 다만 아무도 보지 못했을 뿐.”
그 순간, 숫자 8의 금박이 벗겨지며 흩어졌다.
원판의 칸 하나가 통째로 비어 버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종이 여섯 번만 울렸다. 일곱 번째는 목이 메인 듯 멎었다.
3. 빛의 길잡이
소용돌이치는 불길 사이로 은빛이 번쩍이며 길 하나가 열렸다.
하셈의 사자가 소년 곁에 나타났다.
“달려라. 시간을 지키는 우물로.”
“우물…?”
“하셈의 숨이 고이는 자리다. 오늘이 도둑맞기 전에 닿아야 한다.”
소년은 흔들리는 돌판을 뛰어넘었다. 발끝마다 시간이 기침을 했다.
사자는 귓가에 바람처럼 속삭였다.
> “잃어버린 날은 언제나 침묵으로 온다.
오늘은 네가 침묵을 깨야 한다.”
4. 시간의 우물
시장 뒤쪽, 오래전부터 버려진 폐정(廢井)이 있었다.
소년이 다가서자, 검은 물이 아니라 투명한 공기가 우물에서 피어올랐다.
물결이 아니라 숨이었다.
사자가 손을 뻗었다.
“손을 담가라. 네가 지키려는 ‘날’을 말해라.”
소년은 떨리는 손을 우물 속 빛에 담갔다.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어린 시절 새벽 공기 같았다.
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가, 천천히 열었다.
“봉인의 날.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날. 하셈의 시간.”
우물 속에서 여덟 번째 맥박이 울렸다—낯설고도 익숙한 리듬.
5. 쉐미니의 목소리
우물의 표면이 하얀 호흡처럼 번졌다.
소년의 귓가에 노래 같은 속삭임이 흘렀다.
> “여섯으로 만들고, 일곱으로 멈추고, 여덟로 다시 시작한다.
쉐미니—끝을 넘어서는 시작.”
소년은 눈을 감았다.
“그 시작을… 내가 붙잡을 수 있나요?”
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 “붙잡는 순간, 대가가 따른다.
하루를 지키려면, 네 하루를 내놓아야 한다.”
“내 하루…를요?”
소년의 심장이 한 박, 비틀렸다.
6. 거래 아닌 봉헌
시장에서는 여전히 외침이 오갔다.
“은전 두 닢!” “세 닢!” “평안을 팔지!”
소년은 이를 악물었다.
“봉인의 길은 거래가 아니에요. 봉헌입니다.”
그는 두 손을 모아 우물 가장자리에 올렸다.
“하셈, 제 하루를 드립니다.
사람들이 봉인의 날을 잃지 않게 해주세요.”
사자의 눈빛이 깊어졌다.
> “네 하루는 어디로 가야 하느냐.”
소년은 숨을 들이켰다.
“나 대신, 그날을 기억할 모든 사람의 잠 속으로.”
7. 뽑혀 나간 하루
우물이 조용히 빛났다. 그리고 정말로 어제가 소년의 가슴에서 뽑혀 나갔다.
어제 본 얼굴들, 어제의 기도, 어제의 눈물과 기쁨—모든 장면이 가벼운 먼지처럼 흘러내렸다.
소년은 비틀거렸다.
“내 어제… 어디 갔죠?”
사자는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 “사라지지 않았다. 흩어져, 그들의 꿈 속에 새기고 있다.”
바로 그때, 시계탑이 일곱 번 울렸다. 멈췄던 일곱째가 돌아왔다.
그러나 여덟 번째 종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소년의 가슴에서 조용히 한 번 울렸다—누구도 듣지 못하는, 오직 그에게만 들리는 소리.
8. 돌아온 시장, 비어 있는 자리
균열의 불길이 꺼졌다.
상인의 가판대는 원래 자리를 찾은 듯 멀쩡했다.
사람들은 눈을 비볐다.
“지금… 무슨 일 있었지?”
방금 전의 비명도, 갈라진 바닥도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소년만이 숨을 몰아쉬며 손바닥의 미세한 흉터를 만졌다—우물의 빛이 남긴 흔적.
상인이 어깨를 으쓱했다.
“보아라. 아무 일도 없었다. 거래는 계속된다.”
소년이 이를 악물었다.
“네가 지우려 했던 ‘날’은, 내 어제 속에서 살아.”
상인의 눈동자가 얇게 뜨이며 번들거렸다.
“그래, 그럼 너만 고통을 기억하겠지.”
9. 봉인의 징표
해질녘, 소년은 성전 계단에 앉아 숨을 골랐다.
그는 어제를 잃었지만, 여덟 번째 박동을 얻었다.
손등의 흉터가 희미하게 빛나며 조그만 문양을 이루었다.
원이 하나, 그 바깥에 작은 점 하나—끝의 바깥을 뜻하는 표식.
사자가 곁에 앉았다.
“이 문양은 너만 가진다. 봉인의 문이 열릴 때, 여덟이 네 손에서 살아난다.”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빛 한구석이 흔들렸다.
“그때까지… 나는 계속 잃어야 하나요?”
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바람만이 계단을 쓸고 지나갔다.
10. 클리프행어
그때, 성전 문이 안쪽에서 절로 열렸다.
제사장의 발소리가 어둠과 함께 흘러나왔다.
그의 손바닥에서는 검은 기름이 아니라, 이번엔 은빛 가루가 떨어지고 있었다
—하늘의 빛과 닮았으나, 어딘가 빈 빛.
제사장이 낮게 웃었다.
“오늘은 잘 숨겼구나, 아이야. 하지만 내일은 없다.”
소년이 일어섰다.
“무슨 뜻이죠?”
제사장은 손가락으로 소년의 가슴을 가볍게 건드렸다.
그 순간, 소년의 그림자에서 하루가 찢겨 나갔다.
제사장의 속삭임이 귓속을 베었다.
> “너는 오늘을 지키려 내 어제를 팔았다.
그 대가로, 내일은 너에게 오지 않는다.”
* 다음 화 예고
8화 – 종말의 전조: 내일이 사라진 도시, 하늘의 그림자가 먼저 도착한다.
이 글은 ‘아르케와 네오의 기록’ 연재 작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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