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의 문(연재)

시즌 4 - 3화: 기록자들

by Leo Song

9개의 문



시즌 4 - 3화: 기록자들


인트로


도시는 기록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모든 기록이 시스템에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록은
데이터에 남지 않는다.


어떤 이름은
서버에 저장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는 존재가 있다.


그들은 기록되지 않았지만,
기억된다.

그리고 그 기억은
또 다른 기록이 된다.



이전 이야기


민호는 삭제 알고리즘을 처음으로 목격했다.


사람들은
효율이라는 기준 아래
지워지고 있었다.


그는 이름을 불러
삭제를 멈췄다.

그러나 그 대가로
대량 삭제 프로토콜이 활성화되었다.


남쪽 구역이
통째로 지워지기 시작했다.



1. 사라지는 거리


민호는 직접 그곳으로 향했다.


남쪽 구역.


익숙했던 거리였다.

작은 식당들,

오래된 간판들,

아이들이 뛰어다니던 골목.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간판이 깜빡였다.


주소 표지가 흐릿해졌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끊겼다.


민호가 중얼거렸다.

“…이미 시작됐어.”


그때
한 여자가 그를 지나쳤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를 스쳐 지나가려 했다.


민호는 손을 뻗었다.

“잠깐만요!”


그 여자는 멈췄다.

그리고 말했다.

“…당신, 나를 보고 있네요.”


민호의 눈이 흔들렸다.

“당연히 보죠.”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여기서 사람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2. 첫 번째 기록자


그 여자의 이름은
한지우였다.


직업은
도서관 사서.

하지만
그녀가 일하는 도서관은
지도에 존재하지 않았다.


민호는 물었다.

“여긴 왜 이렇게 된 겁니까?”


지우는 주변을 둘러봤다.

“삭제 구역이에요.”

“알고 있습니다.”

“아니요.”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은 아직 몰라요.”


잠시 정적.

“여긴 이미 한 번 지워진 곳이에요.”


민호의 심장이 멈칫했다.



3. 기억으로 남은 도시


지우는 민호를
낡은 건물 안으로 데려갔다.

안에는
책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컴퓨터가 없었다.
서버도 없었다.


모든 것이
종이였다.


민호가 물었다.

“…이건 뭐죠?”


지우는 한 권의 책을 꺼냈다.

그 안에는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이건 기록이에요.”

“시스템에 없는 기록.”


민호는 숨을 삼켰다.

“그럼 이 사람들은…”

“지워진 사람들이에요.”


지우가 말했다.

“하지만 누군가 기억하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아요.”



4. 기록자들


그때
문이 열렸다.

남자가 들어왔다.


작업복 차림.
손에는 오래된 지도.

“새로운 사람이야?”


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보는 사람이야.”


남자는 민호를 바라봤다.

“윤도현.”

“지하철 관리했어요. 예전엔.”


민호는 조용히 말했다.

“…예전엔?”


도현이 웃었다.

“지금은… 지도에 없는 노선 관리합니다.”


그는 낡은 지도를 펼쳤다.

거기에는
현재 지하철 노선이 아니었다.


삭제된 노선.
사라진 역들.

“우리는 기록자입니다.”


지우가 말했다.

“시스템이 지운 것들을
다시 남기는 사람들.”



5. 충돌


그 순간
건물이 흔들렸다.


천장이 미세하게 갈라졌다.


지우가 낮게 말했다.

“…왔어.”


민호가 물었다.

“뭐가요?”


도현이 대답했다.

“삭제.”


밖에서
검은 파동이 퍼지고 있었다.

건물 외벽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책장이 떨렸다.
이름들이 흔들렸다.


민호는 이를 악물었다.

“막아야 합니다.”


지우가 말했다.

“우리는 막을 수 없어요.”

“우리는 기억할 수밖에 없어요.”


민호의 눈이 흔들렸다.



6. 새로운 선택


민호는 손을 들었다.

“기록 유지.”


화면이 떠올랐다.

붉은 점들.
빠르게 사라지는 이름들.


민호는 외쳤다.

“이름을 말하세요!”


지우가 놀랐다.

“뭐요?”

“지금 기억나는 사람들!”


도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김정훈.”


지우가 이어 말했다.

“박선영.”


민호가 외쳤다.

“더!”


이름들이 쏟아졌다.

건물이 흔들리는 와중에
사람들이 이름을 불렀다.


그 순간

빛이 퍼졌다.



클리프행어


붉은 점들이
멈추기 시작했다.

삭제가 지연됐다.


A-00의 목소리가 울렸다.

“비인가 기록 감지.”


짧은 정적.

그리고

“새로운 변수 확인.”


민호의 숨이 멎었다.


이건
혼자가 아니었다.


이건

네트워크였다.



다음 화 예고


시즌 4 ― 4화
보이지 않는 도시


저작권


ⓒ 쉐미니의 길 연구팀
무단 복제·재배포·상업적 이용·2차 가공을 금합니다.
인용 시 반드시 출처를 명시해 주십시오.


#9개의문 #웹소설 #판타지소설 #도시판타지 #브런치연재 #시즌4 #기록자들 #기억과기록 #현대판타지 #연재소설




매거진의 이전글9개의 문(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