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길

by 한나

물의 길

어디든 스며들어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어떤 모양에도 담기는
현자 같은 물이지만

손님을 기다리던
이불 가게를 집어삼키고
하늘색 지붕만 남아
거기 집이 있었음을 증언하는
냉정한 물의 뒷모습은
등골이 서늘해진다

생각해 보면
물은 그저 정해진 자기의 길을
가는 것일 뿐인데

그 길을 막아선 우리는
또 그 물을 무서워하며
스스로
萬物의 靈長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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