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것도 아름답다
그녀의 손 끝에서
작고 약하고 노쇠해져 가는 것들이
분칠 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치솟는 건물들과 번쩍이는 물건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키 낮은 세상을 보여주는 그녀의 마음이 캔버스를 메운다
햇빛과 수다 떨고 바람과 장난치는 정겨운 빨랫줄이 보이는 바래져 가는 녹슨 철대문 앞 민들레가 정겹다
어린 시절을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던 그녀는 일찍 이별의 깊이를 알아 버렸고 스러져 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에 시간을 들인다
그녀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작고 따뜻한 단어들은 사람들을 캔버스 앞으로 불러 모은다
전시장에 작가를 찾아오는 관람객의 99퍼센트가 그녀의 손님이다
진심은 어디에서든 같은 색깔로 비치는 것이란 생각을 한다
내가 그녀에게 무작정 끌렸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음을.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