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방이 없다.

by 오늘


우리는 각방을 쓴다.

남편은 자신의 방에서,

나는 아이와 함께 침실에서 잠을 잔다.

주말, 남편은 10시 반에 일어난다.


아이는 7시에 일어나 나와 함께 아침을 보내고 있다.

블록놀이, 점토놀이, 역할 놀이를 하고

시리얼과 주먹밥을 만들어 먹이고

9시경 발버둥 치는 아이를 잡고 축농증 약을 먹이고

지금은 11시 45분, 아이는 유튜브로 라바를 보고 있다.


10시 반에 일어난 남편은 시리얼을 꺼내 두 그릇 먹고

화장실 옆이라 어쩔 수 없이 마주칠 수밖에 없는

우리 모자에게 어설픈 인사를 건네고 소변을 본 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나는 오늘 하루를 아이와 어떻게 보낼까, 생각한다.

공원을 갈까. 낮잠을 재울까.

밥을 먹이고 싶은데 아이는 피자를 먹고 싶다 한다.

피자에 흠뻑 빠진 아이는 끼니때마다 피자를 찾는다.

생활비가 부족해 한 주에 피자를 세 번을 시켜먹으니

금전적으로도 무리가 된다.


아이 아빠는 왜 방에서 나오지 않을까.

우리는 어제 다투었다.

남편은 내가 자신을 위로해주길 바란다고 한다.

위로받고 싶은 내 마음은 갈 곳이 없다.

내가 침묵하는 이유는 내가 위로받고 싶기 때문이다.

함께 궁지에 몰려있는데 위로는 내가 해야 한다.

상황을 끌고 나가는 것도 위로도 내 몫이다.


나에게는 방이 없다.

그에게는 방이 있다.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는 일.


그는 육아를 보이콧 할 수 있다.

나는 그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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