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라는 나라가 있다. 인구가 3명이고
갑은 연소득 500만 원에 1억 원 집에 살고
을은 연소득 300만 원에 1천만 원 집에 살고
병은 연소득 100만 원에 공공임대주택에 산다.
3명은 자신의 소득을 모두 소비하고 있고 이에 따른 물가 수준은 100이다. 자산가격은 물가 수준과 연동되어 움직인다.
정부는 최근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자 모든 국민에게 25만 원씩 올해 안에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소비진작쿠폰을 주었고 3명 모두 소비를 완료했다.
25만 원 정부지원으로 총지출은 900만 원에서 975만 원으로 증가, 물가 수준은 100에서 108.3으로 올라갔다. 이에 올해 명목소득과 실질소득, 명목자산가치와 실질자산가치는 다음과 같다.
갑은 명목소득 525만 원, 실질소득 486만 원
명목자산 1.083억 원, 실질자산 1억 원
을은 명목소득 325만 원, 실질소득 300만 원
명목자산 1083만 원, 실질자산 1000만 원
병은 명목소득 125만 원, 실질소득 116만 원
명목자산 0, 실질자산 0
정부지원으로 고소득자인 갑은 14만 원의 실질소득 감소가 있었고, 저소득자인 병은 16만 원 실질소득 증가가 있어 분명 소비쿠폰은 저소득자에게 이득이 되었다.
그런데 다음 해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천년만년 정부가 지원해 줄 수도 없고 나랏빚 걱정도 되고 해서 더 이상 소비쿠폰을 지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번 올라간 물가는 잘 내려오지 않았고 한번 올라간 집값도 내려오지 않는다. 정부가 나서서 물가대책회의도 하고 토지거래허가 등 부동산 규제도 힘들게 해서 물가는 108.3에서 104로 전년도 상승분의 절반을 잡았는데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이에 다음 연도 소득과 자산가치는 다음과 같다.
갑: 명목소득 500만 원, 실질소득 481만 원
명목자산 1.083억 원, 실질자산 1.041억 원
을: 명목소득 300만 원, 실질소득 288만 원
명목자산 1083만 원, 실질자산 1041만 원
병: 명목소득 100만 원, 실질소득 96만 원
명목자산 0원, 실질자산 0원
갑은 소득은 19만 원 줄었지만 자산가치가 410만 원이 올라 전체적으로 391만 원이 증가했고, 을은 소득이 12만 원 줄었지만 자산가치는 41만 원이 늘어 29만 원 플러스 인생이다. 병은 소득만 4만 원이 줄었다.
그 다음 해에 물가가 오르고 자산가격이 또 오른다면 갑, 을, 병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물론 경제가 이렇게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정부도 여러가지 정책수단으로 부작용에 대응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행한 선한 의도의 정책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어려운 사람들을 곤경에 처하게 하고 기득권의 부를 더 늘려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환율이 2천 원을 가도 웃는 사람, 웃는 기업이 있듯이 정책은 항상 양면의 얼굴을 가지고 있고 부작용을 수반한다.
무조건 틀린 정책도 없고 무조건 옳은 정책도 없다.
25만 원 소비쿠폰은 고통에 몸부리 치는 환자에 필요한 진통제가 분명하고 필요했다. 다만, 빠르게 물가나 자산가치 변동에 따른 기득권의 부의 집중을 막기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인데 이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본다. 또 내년도 예산도 확장재정인데 이에 대한 대비가 없다면 빈부 격차의 역사적 확대가 우려된다.
“Inflation is taxation without legisl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