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표가 정당민주주의를 보장하지 않는다

by 기분울쩍

여당대표가 혁명을 수행하듯 OMOV(one member one vote) 1인 1 표제를 결국 통과시켰다. 여당 스피커들은 세계 정당 역사에 유래가 없는 쾌거, 정당민주주의의 미래의 모형 등 뜨겁다 못해 헐 만큼 빨아주고 핥아주고 난리다.


잘되든 망하든 한국 정당민주주의에 하나의 사건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OMOV도입 자체가 정당민주주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라는 정당은 당비, 당원 이런 거 필요 없고 자신이 지지자라고 등록만 하면 투표권을 부여한다. 다만, 대중의 비이성적 결정을 방지하기 위해 전현직 대통령, 의원 등으로 슈퍼대의원을 구성하여 15%의 지분을 행사하도록 한다.


B라는 정당은 6개월 이상 소득에 비례한 당비를 낸 당원, 정치자금을 기부한 노동단체의 소속원, 특정 이슈에 의견을 내기 위해 일시적으로 투표권을 구매한 등록지지가 각각 1표씩 행사한다. 다만, 당대표 선출 시 당대표 출마자는 의원 20%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C라는 정당은 6개월 이상 1,000원의 당비를 납부한 당원은 1표씩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A는 미국 민주당, B는 영국 노동당, C는 한국 민주당이다. 미국 민주당과 영국 노동당 등 우리가 서구 민주주의의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정당들에서는 1인 1 표제를 지향하더라도 반드시 강성지지층에 의한 대중의 충동적 쏠림 현상을 막을 보완장치를 두고 있다.


그러니까 한 어용학자가 말한 세계 정당사의 최초의 사건은.. 전면적 OMOV를 못해서가 아니라 부작용이 많아서 안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정당이 바지에 똥을 싼 사람을 우선 공천하겠다고 규정을 만들어도 세계 최초가 된다. 다른 곳에서 안 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도 OMOV에 대한 요구가 많아 노동당, 보수당 모두 전면은 아니지만 비슷하게 도입한 적이 있었다. 결과는 대중의 인기가 높았던 포플리스트 노동당 제레미 코빈과 보수당 리즈 트러스가 당선되었다. 그 결과? 찾아봐라.. 둘 다 당도 망했고 정권도 날아갔다.


수수한 복장이나 외모로 탈권위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상대에 대한 직설과 독설을 늘어놓고 대중들이 혹할 대규모감세, 부자증세, 국유화 등 실현 불가능한 공약들을 내놓는.. 대중이 열광하는 그런 사람들.. 경험칙적으로 이런 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면 크게 말아먹기에 소위 선진국 정당들에선 한 번의 견제나 검증장치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다시 돌아가, 전 당원 1인 1표로 투표로 당선된 당대표는 정당성이라는 무기가 있어 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비판에는 당원의 뜻이라는 전가의 보도로 살짝 무시해도 된다. 당원들은 당 대표 뽑을 때만 당의 주인이고 그다음 날부터 당대표를 모시는 당원이 되는 루소의 우려가 현실화된다.


OMOV 정당의 당내 민주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건건히 전 당원들이 중요한 당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당대표를 쉽게 끌어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봐라.. 한번 당선되면 당의 황제가 된다.


그리고 6개월 가입하고 나갔다가 다시 선거 6개월 전에 다시 들어오는 당원에 대한 필터링과 예전 관광버스처럼 유튜브 타고 집단적으로 들어오는 유령당원이나 뭉테기 당원들은 어찌할 것인지 논의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당의 한 지역에서 한 분야에서 10년, 20년 특별당비를 내며 당의 미래를 고민해 온 대의원들을 유튜브보고 홧김에 가입해서 팬클럽처럼 몰표 주고 가는 강성당원들과 동일하게 취급할 것인지도 고민이 있어야 한다.


한번 해보는 건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다만, 부작용이 나올 것 같으면 영국같이 크게 망하기 전에 빠른 보완장치를 마련하기를 바란다. 안 하겠지만 그냥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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