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인사글

- 5년 차 미디어 업계 직장인 -

by 김 연남

브런치를 시작했다.

짧은 자기소개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를 끄적여 보려고 한다.


나는 문예창작과를 한참 전에 졸업하고 절필한 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그사이, 문예창작과 졸업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직장에서 대본이라고 끄적이기는 했지만

사실 글을 썼다고 하기 민망한 정도였다.


글쓰기 따위, 돈벌이가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었다.

아직 계속 글을 쓰고 있는 동기들을 보면 신기하다.

나는 진작에 작가로 일을 시작했지만, 먹고살기 위해 음향부터 영상,

무대기술 등등 다양한 기술을 배우며 살아왔다.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항상 콩고물에만 관심이 있었다.

글을 쓸 때는 영상이, 영상을 할 때는 무대가, 무대를 할 때는 전시가, 그리고 창작보다 배급과 마케팅이 재밌어 보였다.

그래서 사실은 글쓰기가 가장 재미없었을 수도 있다

모든 일에 글쓰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동기중에 글을 잘쓰던 친구한명이 그런 얘기를 했다.

지원서도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라고


처음 계약이 성사되어 나에게 인센티브를 안겨준 그 이메일, 처음 공공기관에서 수상을 한 기획안, 처음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던 지원서까지 사실 모든 글에는 스토리텔링이 들어간다.

꼭 무대나 방송의 시나리오가 아니라도

심지어는 팀장에게 보내는 슬랙 메시지 한 줄에도 말이다.


생성형 AI가 글을 대신 써주고 있는 요즘, 나도 사실 AI에게 모든 것에 대한 대필을 절반가까이 내준 지 오래다.

그래서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도 글을 쓰고 말을 하는 능력이 더 중요할 것이다.


일본드라마 애호가인 나는 2015년 후지티브이 작 '고스트라이터'가 예시로 떠올랐다.

간단히 소개하면 이 드라마는 나이가 들어 필력을 상실해 버린 스타작가가 대필을 하는 이른바 '고스트라이터'를 고용하면서 생기는 스릴러 드라마다. 안 본 사람에게는 꽤 추천한다.

나도 언젠가 극 중 스타작가인 미키처럼 나의 '필력'을 아예 상실해 버릴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많이 돌고 돌아 지금은 이직을 고민하고, 여기저기 가리지 않고 외주를 받아 일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처음' 습득한 기술은 잃고 싶지 않아 진 것이다.


그래서 무언가의 도움 없이 온전히 내가 직접 글을 쓰는 연습을 다시 하기 위해 브런치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