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올림픽, 하고 있었니

주저리주저리 짤막 글

by 김 연남

올해 들어 가장 충격적인 소식 중 하나는

동계올림픽이 지금 진행 중이라는 얘기였다


사실 나에게

동계 올림픽에 대한 기억은 꽤 남다르다.

몇 살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중학교 체육 필기시험이었는데

다음 중 동계 올림픽 종목이 아닌 것을 모두 고르라는 문제가 출제되었었다.

그 문제는 나만 틀렸을 텐데,

분명 교과서엔

"농구: 1891년, 미국의 네이스미스 박사가 겨울용 실내 스포츠로 고안한 운동"

"배구: 1895년, 윌리엄 모건이 겨울용 실내 스포츠로 고안한 운동"

이렇게 쓰여있으면서 도대체 왜 배구랑 농구는 하계올림픽 종목이냐고

체육선생님한테 따지다가 혼나고 반 아이들이 전부 비웃던 기억이 있다.

"야 그거는 눈 위에서 안 하잖아~ 하하하"

나랑 이름이랑 키가 똑같아서 항상 비교되던 같은 반 친구가 유독 얄밉게 그렇게 웃었었다.

더 이상 따지지는 않았지만,

사실 아직도 억울하다.

눈이랑 얼음에서 하는 걸 동계올림픽 기준으로 할 거면 이름을 빙설 올림픽으로 바꾸던가.

실제 농구랑 배구는 리그도 겨울에 열리고,

처음 만들 때 목적도 겨울용 스포츠로 만들었는데 그 어떤 종목보다도 "동계" 종목이 맞지 않나

아무튼 아무도 안 들리게 혼자 투덜대고는

그 이후로 심통이 나서 일부러 그해 올림픽을 안 봤던 것 같다.


그리고

평소처럼 올해 국가대항전이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던 나는

설연휴가 오기에 앞서, 반차를 내고 미리 일산의 외가에 방문했다.

그리고 MBC인가 뉴스를 보고 있는데 앵커가 JTBC를 비판하며 동계올림픽 얘기를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도 아, JTBC 이제 안 본다고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그때 마침 이모가 떡국 먹고 가라고 했고,

떡국냄새 때문인지 잊혀져 있던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언젠가 설즈음에 장위동 그 옛날집에 친척들이 모여서 떡국을 먹으며 티브이를 보고 있었는데

안톤 오노랑 안현수가 엉키는 사이 어부지리로 호주선수가 우승을 했었던가

그때 목소리 큰 큰아빠랑 사촌들 모두 침을 튀겨가며 안톤오노 욕을 그렇게 하더니

시상식은 보지도 않고 소리 지르며 티브이를 껐던 것 같다.

그렇게 올림픽이 없어서인지 슴슴한 떡국을 다 먹고

일산에서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서

동계올림픽 중계권 어쩌고 논란 그게 뭔지, 궁금해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론 단순해 보였다.

잘 몰랐던 사실이지만, 이번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은 jtbc가 독점권을 따냈다고 한다.

지상파 3 사측에서는 작년 5월경 법원에 국민의 알 권리 침해, 공정거래법위반등을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던 것.

이후 지상파 3사는 합심하여, 9시 뉴스에도 올림픽 관련 소식을 거의 전하지 않는 등

일종의 보이콧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누가 침해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사실이 알려진 이후, 여론은 jtbc에 비판적인 듯 보였다.

(사실 jtbc 외의 모든 방송사 미디어가 전부 합심하여 여론을 만드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도 든다.)


이미 어느 정도 논지를 밝혔지만, 나는 사실 작년에 법원에서 내린 판결이 매우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미 미국의 경우 NBC나 FOX 같은 대형 미디어 그룹이 돌아가며 국가대항전의 중계권을 입찰하고 단독 계약을 맺고 있다.

뭐 사실 미국은 국가대항전보다 슈퍼볼에 더 관심이 많이 쏠리기야 하겠지만, 유럽도 유로스포츠 같은 대형기업에서 단독 입찰 후, 재판매하는 형식이라고 한다.

사실 이러한 국제적인 흐름 속에서 국제기관인 IOC나 FIFA를 상대로 굳이 한국 사법계만 혼자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번 JTBC 단독 입찰의 경우도 JTBC가 단독 입찰 후에 지상파 3사 및 여러 방송사에 재판매하려고 했으나, 가격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타방송사들이 전부 거절했다고 한다. (그니까 결국 담합해서 싸게 살 수 있었는데 가격 높여서 심통이 났다는 거지?)


나는 사실 그런 표면적인 이유보다도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올림픽 자체에 관심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지난 도쿄올림픽 때였던가

전 세계적으로 떨어진 올림픽 시청률에 대한

논평과 기사가 막 쏟아지던 시기가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그렇다는 둥, 페더러 같은 스포츠스타들이 대거 이탈했다는 둥

별의별 이유를 갖다 대면서 말이다.

구글트렌드에 따르면 이미 21세기 들어 전 세계적으로 올림픽에 대한 검색량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었으며,

시청률 또한 하락세였다고 한다.

외신에서는 주로 내셔널리즘이 희미해져서 그렇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고, 국내에선 스포츠연맹의 비리라던지 스포츠 스타들의 부재라는 이유를 많이 얘기했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의 국가대항전의 의미도 분명 과거 세대들보다 많이 희미해진 데에는

국수주의의 감소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절대 부정적인 게 아니라고도 생각한다.

특히 올림픽의 진짜 목적과 기원을 알고 있다면 더더욱.


앞서 교과서에 쓰인 종목의 역사까지 달달 외울 정도로 이상한 거에 집착하던 내가

또 시키지도 않았는데 달달 외워놓은 쓸데없는 지식이 하나 더 있다면

올림픽의 역사와 기원이다.


우리가 지금 올림픽이라 부르는 근대올림픽의 경우

19세기말 프랑스의 쿠베르탕 남작이 처음 창시하였는데

국가 간 화합을 목적으로 만들었으며,

무엇보다 프로선수들의 참가를 금지하면서, 아마추어 선수들만 참가하게 하였고,

상업적 이익이나 생계수단으로써의 스포츠가 아닌 아마추어리즘을 강조했다고 한다.

뭐 이러한 초기의 정신은 이미 프랑스가 프로이센을 초청하지 않을 때부터 안 지켜졌다고는 하나,

꽤 괜찮은 모델이라고 당시에 생각했다.


그리고 여전히 유럽권 국가들 중 일부는 이 '아마추어' 정신을 꽤 잘 지키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특히 동계 올림픽의 경우 비교적 비인기 종목인 썰매나 컬링 같은 종목을 보면

전문 프로 선수가 아니라

은행원, 배달부, 배관공이 본업인 평범한 직장인, 주부 등이 소개되곤 한다.


그런 소개를 보고선 연락을 안 한 지 꽤 된

한체대를 들어간 고등학교 친구가 생각이 났는데

고등학교 당시에는 무슨 대회 나가느라 매번 나오지도 않던 놈이었다.

한참 지나서 꽤 편안해진 모습으로 단체자리에서 만났는데

다들 궁금해한 한체대의 생활이란

2인실에 6명씩 합숙생활을 하며, 군대처럼 아침마다 구보를 뛰고

여전히 집합해서 얼차려와 체벌을 받는 것이 일상이라며

결국 그런 일상을 버티지 못하고 중퇴 후 다른 대학에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한 방송에서 SBS의 모 해설위원은 최근 이 JTBC 중계권 독점 사태에 대해,

올림픽은 총성 없는 전쟁이라며, 전쟁터에 나가는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올림픽을 치르는 게 비통하다고 그랬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일단 전쟁이 좋은 것도 아닐뿐더러

은행원으로 일하다가 4년 만에 열리는 축제에 나와 동메달 따고 기뻐하는 유럽의 어느 이름 긴 선수와

그를 축하해 주는 주변국가 선수들 틈에서

혼자

4년 동안 태릉에 갇혀서 훈련만 하다가 아쉽게 은메달을 따고 눈물을 훔치는 대한민국 선수를 보며

비통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 해설위원이 말한 비통함과 같은 비통함일까

또 쓸데없는 문구를 하나 가져와 본다면

IOC 헌장에 실제,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고 한다.


IOC 헌장 제57조

"IOC와 조직위원회는 국가별 순위를 작성해서는 안 된다."


국가 간 경쟁심리를 과도하게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러니 우리가 흔히 언론에서 보여주는 국가별 메달순위란 사실

IOC가 공식 인정한 것이 아닌 그냥

우리들끼리 멋대로 매긴 순위인 것이다.


강연형 프로에 지식인들이 나와서 그렇게 경쟁사회와 경쟁형 교육을 비판하면서

정작 우리는 그럴 준비가 되어있는지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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