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무슨 이야기로 시작할까 많이 생각했다.
마침 이스타 비자가 곧 만료된다는 알림이 왔다.
이스타를 발급받던 작년 이맘때쯤의 기억이 났다.
그래서 또 여행을 갈수도 있으니 한번 정리할겸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작년에 다녀온 여행기를 써보려고 한다.
사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정확히는 여행과 거리가 멀고, 조금 싫어하는 편이다.
이러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단 대체로 여행지에서의 '불편함'이 가장 크다.
특히 국내 여행일 경우에 도시인인 나에게 시골은 모든 것이 불편함 투성이다.
차가 없으면 편의점을 가고 싶어도 한 시간에 한두 번 오는 버스를 타야 한다. 마트나 시내를 나가려면 더욱 불편하다. 게다가 자연이 좋다는데 그 말은 모기와 벌레가 많다는 말과 동의어다.
서울에 사는 나의 입장에선, 경기권과 부산정도를 제외하면 전부 이러한 이유로 여행이 꺼려진다.
반대로 서울에만 있어도 매주 코엑스나 용산, 롯데몰등에서 열리는 각종 이벤트와 콘서트, 시사회, 스포츠경기, 전시, 행사가 항상 바뀌기 때문에 매주 같은 장소를 가더라도 매번 다른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간혹 마치 사이버펑크 속 주인공처럼 대도시의 삶에 치여 지내는 자기자신에게 취해있는듯 보이는 친구들이
“아 나는 서울 복잡해, 시골가서 살고 싶어“라고
허세가득한 말투로 투덜대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진심이든 아니든,
적어도 나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여행으로도 시골은 1박이상은 버티기 힘든 편이다.
서론이 길었지만, 이랬던 내가 뉴욕 여행을 결심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었다.
1. 일단 뉴욕은 시골이 아니다. 내가 갔던 다른 해외도시도 사실 전부 서울만큼 큰 도시였긴 했다. 그게 나의 여행지 기준이기 때문.
2. 동생이 입대전 뉴욕에 가고 싶다했고, 가족들이 내가 같이 가는게 어떻겠냐고 먼저 물어왔다. 또 마침, 누나 가족이 뉴욕에 거주 중이다 보니 숙소문제만큼은 해결이 되어 있다는 점.
3. 학부를 졸업하고 생긴 잠깐의 공백기이고, 마지막일수도 있어서 한 번쯤 안 해본 것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2006년엔가 시애틀에 갔었던 이후, 입대를 앞둔 동샌과 함께 약 20년 만에 미국을 가게 되었다.
내가 도착한 공항은 뉴어크 국제공항. 이른 새벽이었다.
우버를 타고 맨해튼으로 향하는데 프랭클린 루스벨트 하이웨이를 지나 조지워싱턴 브리지를 지났다. 맥도널드와 웬디스, 버거킹 그리고 국제트레이드센터가 보였다.
동생은 비행기에서부터 이서진의 뉴욕뉴욕, 백종원이 나오는 스트리드푸드파이터 뉴욕 편 등을 예습하며 엑셀에다 갈곳들을 적어놓고 있었다. 우선 숙소를 제공해 주는 게 가족들이기 때문에 처음 며칠이라도 동행하기로 했다.
첫 이틀 동안 간 곳은
타임스퀘어, 자연사박물관, 센트럴파크등
관광지로 한 번쯤 거쳐야 할 코스들이다.
타임스퀘어는 그 자체로 뉴욕의 첫인상이었다.
해질녘에 갔는데, 온통 수많은 간판과 네온사인
눈이 아플 만큼 밝고, 복잡했다.
동시에 서울 명동에서 보던 그 호객행위도 성행중이었다.
이튿날 밤, 동생은 뮤지컬을 본다고 했다. 브로드웨이 하면 라이언킹이라고 하던데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그때부턴 자연스럽게 따로 다니게 되었다.
따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일단 나는 맥북을 켜고 브로드웨이의 스타벅스에서 뉴욕에서 어떤 이벤트가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날 인형극을 보러 갔다.
사실 나는 학부에서 인형극의 무대연출을 하기도 했었고,
무엇보다 저렴했다.
센트럴파크 안, 무료 공연이 열리는 작은 극장이었다.
이름은 swedish cottage marionette theatre였던가
입장료가 10달러 정도였다.
관광객은 나뿐인 듯 보였다.
아이와 어른이 섞여 앉아 있고,
배우와 관객 사이의 거리가 유난히 가까웠다.
영화도 보고 싶어졌다. 한국에서 상영 안 하는 그런 영화
링컨센터, IFC센터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무비 파티와 GV 일정도 확인했다.
뉴욕에서 열리는 영화 gv가 있다는 소식을 보고고 NYU가 있는 워싱턴스퀘어파크로 갔다
영화의 이름은 'werewolves within' 우리말로 하면 우리 안에 늑대인간이 있다? 였다.
상영 중, 옆자리의 덩치 큰 아저씨가 유난히 크게 웃었다.
영화가 끝난 뒤 알게 되었는데
그가 바로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였다.
그날 upper east side의 숙소까지 걸어갔다.
브루클린 필름스쿨 옷을 입고 있는 학생들이 센트럴파크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고
그중 한 명은 혼자 핸드마이크를 들고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물어보니 센트럴파크의 앰비언스를 녹음 중이라고 했다.
센트럴파크는 걷는 곳마다 영화 로케이션이 생각난다.
특히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라던지, 우디알렌감독의 레이니데이인 뉴욕 같은 로맨스 영화를 특히나 많이 찍은 곳이기도 하다.
집이 센트럴파크 바로옆이라서 아침마다 산책하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공원이 워낙 크고 섬이 작다 보니
맨해튼의 대부분 사람들은 조금만 걸으면 집 앞에 다 공원이 있는 셈이다.
공덕동 언덕배기에 사는 나는 거리상으론 경의선 숲길이 바로 앞이긴 하지만,
거의 등산을 하듯 오르내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매일 아침마다 나를 가로막는다.
한 4일 차쯤 되었을 때, 아 여기는 진짜 평평하다는 게 체감되었다.
내가 살던 동네는 서울에서도 가장 경사가 심하다는
연희동 고개, 미아리 고개, 만리동 고개였는데
전망대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전경이 다 보였었다.
맨해튼은 사실 모든 길이 street와 avenue로 되어있는데
그렇게 단순하게 가로 세로길만 만든 이유가 이해되었다.
내가 가령 2nd street 서쪽 끝자락 항구에 있다 치면, 동쪽 끝에 허드슨강까지 중간에 어떠한 장애물 없이 뻥 뚫려있다.
만약 서울이었다면 굳이 그렇게 건물과 도로설계를 하기 싫어서 안 했다기보다
중간에 언덕이나 산이 가로막을 확률이 매우 크다.
압구정에서 코엑스 쪽을 바라본다 치면, 분명 가운데에 신논현구간의 논고개가 가로막고 있을 것.
반면 맨해튼은 땅이 평평하다 보니, 모든 길을 일자로 직선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나의 추측이지만)
모든 일에 계산이 빠삭하기로 유명한 네덜란드인들이
과거 북미에 왔을 때 가장 먼저 이 섬의 원주민을 내쫓고 점령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들이 보았을 때도 이곳이 가장 개발하기 효율적이라고 계산하지 않았을까
뉴욕 시리즈는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