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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철 Jong Choi Jun 20. 2024

너와 나를 하나로 만드는 떡 축제

#Stardoc.kr  최정철칼럼

인도 동북부에 나가족(族)의 나라인 인도연방 나갈랜드주(洲)가 있다. 나갈랜드의 중심 도시는 코히마이고 이곳의 키사마 마을에는 인도를 대표하는 축제 중 하나인 혼빌(hornbill) 축제가 있다. 이 축제는 2000년부터 시작, 해마다 연말에 일주일 동안 시행된다.


나가족 전통 연희 장면. 사진출처=istockphoto


나가족에 속하는 여러 부족 구성원은 축제를 통해 부족 별 전통문화 전승, 세대 간 결속, 전통과 현대의 연계, 궁극적으로는 부족 간 유대 강화를 도모한다. 축제의 상징인 혼빌(코뿔새)은 키가 무려 130cm 정도나 되고 대가리에는 투구처럼 생긴 것이 덮여있어서 마치 투구를 쓴 장군같이 우람해 보인다.


나가족 사람들은 이 혼빌을 저네들의 수호신으로 여기는 것이고, 수호신 혼빌을 매개체로 축제를 치르는 것이다. 축제에는 쌀로 빚은 술과 각종 전통 음식이 넘쳐나 누구나 즐기면서 인정을 나눈다. 부족들이 전승하는 각자의 전통 세시 연희가 경연의 장으로 꽃을 피우고, 젊은이들의 끓는 피를 불태우는 국제 락 페스티벌도 화려하게 펼쳐진다.


나가족 전통 음식. 사진출처=hornbillfestival.com


음식과 가무악이 풍부하니 축제다운 축제라 할 만하다. 인도 정부는 나가족의 민족성과 다양성, 축제성을 중히 여겨 이 축제를 최적의 국가 이미지 홍보용 관광 행사로 지정하였고, 나갈랜드주 정부는 관광문화 부서를 통해 특별관리와 강력한 지원을 하고 있다.


고대 인간들은 축제를 통해 네 가지를 추구하였다. 첫째, 자연재해 극복, 둘째, 풍요로운 수확, 셋째, 구성원 확충, 넷째, 구성원들의 일체감 조성이다. 천제로 재해 극복과 풍요를 기원하였고, 섹스 파티로 구성원을 확충하며, 음주 가무악으로 구성원 간 공동체 의식을 함양한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분명 축제를 알고 즐기던 민족이었다. 고대 중원 사람들은, “동이족 군사들은 밤에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음주 가무를 즐기는 것으로 전의를 북돋아 쳐들어온다. 그러면 당해낼 도리가 없다”라고 푸념할 정도였다.


골무떡. 사진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유비가 오(吳) 배후에 있는 백제(산둥성 일대의 대륙 백제)부터 치려 하자 제갈량은 강력하게 반대한다. “동이는 세시가 강하여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세시가 강하다는 것은 동이 백제인들이 잘 놀고 잘 먹으면서 일체감을 강력하게 갖추고 있다는 것과 같기에 천하의 제갈량도 어쩌지 못한 것이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하루하루가 참담할 정도다. 지역 간에는 비방과 배척이 드세고, 정치판은 계파 간 권력 다툼과 정파 간 이념 다툼이 어지럽고, 사회 체제는 연고를 따져 무리를 나눈다.


현대에 들어 반세기에 걸쳐 일어난 이 뿌리 깊은 분열은 결국 너나 탓할 것 없이 우리 모두 지혜롭지 않음에서 나온 결과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나갈랜드의 혼빌 축제는 우리에서 시사하는 바가 상당한 것이다.


마와 수리취로 만든 안동 마수리떡. 사진출처=안동마수리떡


한국인의 주식은 밥이지만 그 못지않게 상식하던 것이 있다. 떡이다. 밥은 집 안에 머물지만, 떡은 인심을 타고 담장을 넘나든다. 정월 대보름 달떡, 2월 한식 솔떡, 3월 삼진 쑥떡, 4월 초파일 느티떡, 5월 단오 수리떡, 6월 유두 밀전병, 7월 칠석 수단, 8월 한가위 송편, 9월 중양 국화떡, 10월 상달 무시루떡, 11월 동지 새알심, 섣달그믐 골무떡. 그 외에도 지역 고유의 떡들이 즐비하니 가히 한국인은 떡의 민족이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일 년 내내 달마다 달리하여 떡 해 먹는 민족이 세상 어디에 또 있으랴. 그러니 자연스럽게 ‘떡 축제’라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매달 지역별로 현지 주민들이 참여하는 떡 축제를 향유하는 것. 떡은 나눔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그 끈끈함으로써 ‘하나로 뭉쳐짐’이라는 주술적 의미까지 감지하게 한다.


오늘날 서로 갈라지고 비틀어진 우리네 심성을 작은 떡 하나로 ‘원래 우리는 하나다’라는 의식을 환기해 보기, 떡과 함께 가무악 공예 특산물 등 지역 전통문화 자산들에 숨 불어주기, 그런 취지의 떡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매달 끊임없이 시행된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싶다.



글=최정철 | 축제 감독, 전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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