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표현할 자유, 존중받을 권리
유튜브와 OTT의 등장으로 우리는 많은 미디어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는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사거나 빌려야 볼 수 있었고 영화관을 가야 영화를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책을 소개해주는 글, 영상이 너무나도 많고 언제 어디서든 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다. 이러한 발전은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해 주었지만, 이로 인한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현상들을 사회적인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
제목부터가 매우 특이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영화가 아닌 유튜브 영상이라도 빨리 감기를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손쉽게 미디어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더 흔한 일이 되었는데, 세상이 계속해서 변화하면서 매일매일 새로운 콘텐츠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자 사람들은 '작품을 감상'하기보다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더 쉬운 것을 추구하게 되었다는 저자의 관점이 흥미로웠다.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자의 의도를 설명해 주길 바라고 더 친절하고 세세하게 작품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넘처나는 콘텐츠들 사이에서 인간은 점점 자신에게 편안함을 주는 것들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유튜브 쇼츠, 릴스 등 짧은 시간 안에 자극적인 요소들을 간추려 보여주는 콘텐츠가 크게 유행하는 현상들을 보면, 이 주장이 굉장히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책에서는 지금 세대를 스트레스에 취약한 세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은 감정적인 에너지 소모를 싫어한다. 따라서 갈등이 발생하는 부분을 빨리 넘기기로 보거나 예상치 못한 장면을 맞닥뜨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를 먼저 확인한다. 사실 스포일러를 보는지의 여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대중들이 스트레스를 싫어한다는 건 인정하는 부분이다. 힐링물이나 빌런이 없는 드라마와 영화가 호평을 받고 흥행하는 것을 보면 이러한 경향이 잘 보이는 것 같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을 이야기해보자면 바로 SNS의 발달로 인한 변화이다. 저자는 SNS의 발달이 소극적인 표현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SNS는 개인이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었는데 이것이 생각에 대한 표현을 소극적이게 만들었다니? 이는 너무 많은 목소리가 들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개인은 영화나 책의 장면의 의미에 정답이 있다 생각하고 이에 대한 다른 견해를 생각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견해를 정답이라 생각하는 수많은 목소리들에게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생각하는 것이다.
나만해도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것을 쓰는 것을 어려워한다. 사랑, 육아 등 내가 잘 모르는 분야를 접했을 때 견해는 있으나 내가 이것에 대한 글을 쓸만한 자격이 없다 생각된다. 하지만 만약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보았을 때 이상한 글을 쓰더라도 그건 그냥 이 분야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 쓴 글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아직 사랑도 안 해보고 육아도 안 해본 사람의 견해일 뿐이다. 이에 대해 비난을 받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을 읽고 깨달았다.
앞으로도 미디어 콘텐츠는 끊임없이 쏟아질 것이고 대중들의 입맛에 맞게 쉽게 만들어질 확률이 높다. 아마 나도 과거 책과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정성을 다했던 때에 비해 미디어 콘텐츠를 소중하게 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작품들에 몰입하고 기록하고 글을 쓰려 노력할 것이다. 그래야 넘처나는 미디어 콘텐츠 속에서 줏대 있게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포용력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견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교훈: 표현하는 것에 쫄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