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시인의 사회>

내가 완전히 살아 있다는 기분이 들어

by 혜이
난 우리가 키팅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오만한 꼬맹이


망상은 내 오랜 습관이었다.

책이나 영화를 볼 때면 주인공이나 조연이나 때론 그냥 제삼자로 그 상황에 빠져들었다.

중학교 때 읽은 <죽은 시인의 사회> 속에서 난 웰튼 아카데미의 학생이었다.

그 아이들과 내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중학생 꼬맹이었던 나는 세상이 좀 만만했다.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고 인기 많은 모범생, 집에서는 자랑스러운 첫째.

눈에 보이는 것이 다라고 믿었기에 남들보단 내가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마자 든 생각은

'키팅 선생님이 없었다면 닐은 죽지 않았을 텐데... 카르페 디엠은 대학 가서 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였다.

그 당시 나는 공부로 인정받는 게 좋았고 그것만이 성공의 척도라 생각했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죽은 시인의 사회>를 펼쳤다.


다시 책을 읽었을 때 나는 제삼자였다.

중학생 때 동정했던 닐은 어른이 된 나에게 부러움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이처럼 가슴 뛰도록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사람은 일생을 통틀어 절반도 안돼"라고 말하는 닐은 정말 정말 멋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보니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를 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키팅 선생님과 같이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어른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 그런 어른이 되는 게 참 힘들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느 누구든 상대가 존재하는 한,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거나

스스로 믿음을 지켜 나가기가 쉽지 않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용기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용기가 어쩌면 행복의 지름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중학생으로 돌아간다면 이 책을 읽은 나에게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좀 더 높은 곳에서 보면 세상은 달라 보이거든"

그때의 나는 어쩌면 생각보다 자존감이 낮았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내세울 게 공부밖에 없어서 그 밖에 다른 것들을 둘러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내가 조금은 안타까웠다.

남에게 인정받지 못해도 난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성적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야 비로소 깨달았다.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


"자기 자신의 말과 행동, 스스로 내린 판단과 결정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키팅 선생님의 가르침이다.

난 한 번 선택하면 뒤돌아보지 않는 성격이다. 후회해도 달라질 것이 없는 것에 미련을 두지 않아야 내가 덜 상처 받는 사실을 그냥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다.

아프지 않기 위해 만들어 낸 방어기제는 '효율'을 추구할 순 있어도 '사랑'할 수는 없게 만들었다.


어른이 되면 좀 여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매일매일 고민한다.

현실과 이상 그 사이쯤에서 줄타기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한다.

때론 충동적으로 행동하기도 하고 때론 비겁하게 도망치기도 한다.

"넌, 네 자신에게 정직해져야 해.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야." 숙제에 대한 답은 이미 주워졌는데 내가 겁쟁이라 아직도 머뭇거리고 있다.



살아있다는 것


'죽은 시인의 사회' 모임의 시작을 알리는 시가 있다.

인생을 자유롭게 살기 위해 인생의 정수를 끝까지 깊게 맛보기 위해 삶이 아닌 것들을 털어 버리기 위해 목숨을 다하는 순간까지 살아내기 위해 숲으로 간다는 내용이다.

이 모임의 회원들은 살기 위해 시를 낭송한다. 카르페 디엠


<죽은 시인의 사회>의 '낙스'를 보면 약간 미친놈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모든 등장인물 중 가장 용감한 캐릭터였다.

누구나 닐처럼 완전히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일을 금방 찾을 수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낙스처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바라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걸 그냥 받아들인다.

낙스는 그러지 않았다.

계속해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으려 애썼다.

그건 나를 외면하지 않는 용감한 일이었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삶에 대한 책이다.

배경이 학벌주의 대한민국과 너무 유사해서 닐의 자살과 키팅 선생님의 퇴출을 보면 그게 현실인 것 같아 마음이 짠해진다. 그러나 책상에 올라가 키팅 선생님께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학생들을 보면 여전히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기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아이들이 이 책을 읽은 수많은 사람들이 이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킬 것이라 믿는다.




출처: 죽은 시인의 사회(N.H 클라인바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