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들의 일을 바라보는 관점과 일에 대한 철학은 한국과 꽤 다른 모습을 보인다.
1. 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프랑스에서 일은 단순히 수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일의 목적, 달성 목표, 책임 소재에 대해 충분히 토론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또한 자신의 업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능력 역시 중요한 역량으로 평가된다. 업무를 말로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곧 일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진다.
프랑스에서 서두르는 모습은 오히려 일을 잘 못한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빠르게 끝내는 것보다 완결성 있게 마무리하는 것을 더 높게 평가한다.
2. 일이란 나에게 무엇인가
이제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들어가보자. 프랑스인들에게 있어 일이란 무엇일까?
프랑스인들도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일이 ‘나 자신’이거나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다. 많은 프랑스인에게 일은 삶을 꾸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가깝다. 그래서 일을 할 때 다급해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차분한 태도를 유지한다. 이것이 프랑스의 속도를 만든다.
물론 세대 차이는 존재한다. 68혁명* 이전 세대에게 일은 삶의 중심이었다. 국가주의적 사고관을 가진 이들에게 전후 복구와 국가 재건을 위한 개인의 희생은 당연했다. 그러나 68혁명 이후 프랑스 사회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동자의 처우, 개인의 존엄 등이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떠올랐다. 68혁명 이후 세대에게 ‘국가를 위해 쓰여지는 나’가 아닌, ‘나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나’가 더 중요해졌다. 이때부터 일과 개인의 삶을 분리하는 것을 더 가치있게 여기기 시작했다.
*68혁명: 1968년 프랑스에서 학생·노동자가 권위주의와 기존 질서에 맞서 일상·문화·정치를 뒤흔든 대규모 사회혁명.
3. 일을 하지 않을 때
프랑스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 기간 역시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취미를 즐기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커리어 발전을 위해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한다. 물론 관대한 실업 급여와 사회보장 시스템이 이 여유를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을 하지 않는 기간이 사람의 가치를 낮추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이다.
물론 현실적 이유로, 또 커리어의 연속성을 위해 구직 노력을 한다. 그렇다고 이 기간을 내 인생의 어두웠던 기간으로 보는 것은 전혀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일을 구한다는 것은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함이 아니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