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편집 중입니다

by 윤서




우리의 일상은 어쩌면 편집되지 않은 날것의 영상과 닮아있을지도 모른다. STOP 버튼이 없는 카메라는 마지막 순간이 오기 전까지 단 한 번도 꺼지지 않고, 찰나의 일시정지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이 지독한 연속성 앞에서 건질 수 있는 예쁜 장면은 과연 몇이나 될까. 백 장을 찍어야 겨우 한 장 건지는 인생 셀피처럼, 반짝이는 나를 매일 마주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날것 그대로의 장면들 대부분은 'B컷'조차 되지 못할 정도로 어설프다. 초점이 나갔거나, 표정이 어색하거나, 다시는 꺼내 보고 싶지 않은 흑역사가 담긴 컷들 등.


이마저도 엄연히 내 삶의 기록이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뿐이랴, 남들의 그럴듯한 장면과 비교하면 초라한 감각이 더해진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분명하게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카메라의 이상한 왜곡과 원근감이 만든 '찰나의 못생김'은 온전한 나의 모습이 아니다.


렌즈에 비치는 비루한 풍경 역시 한때 잠시 머무를 뿐, 영원히 바뀌지 않는 고정된 환경이 아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타인의 삶 역시, 수만 장의 날것 중 찰나를 골라 서사를 입히고 정교하게 배치한 결과물일 뿐이다.




경험이 기억으로 변할 때, 편집과 스토리텔링이 큰 힘을 발휘한다.


초점이 나갔거나, 표정이 어색하거나, 얼굴이 빨개질 정도의 부끄러운 실수들도 어떤 맥락에 배치하고,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따라 '귀여운 에피소드'가 된다.


이때 어떤 서사를 담은 이야기로 만들지는 오직 감독인 나의 생각에 달려 있다.


삶은 일어난 사건의 총합이 아니라, 엮어낸 이야기의 흐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날것 그대로의 장면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며 스트레스 받지 말자. 타인의 완벽한 영상과 나의 투박한 원본을 비교하며 작아지지도 말자.


중요한 건 가공되지 않은 장면들을 어떤 서사로 쌓아갈 것인가에 있다.


언젠가 이 무삭제판 영상이 녹화를 멈추고, 재생버튼이 눌릴 때 어떤 풍경과 색감, 분위기와 이야기가 담겼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나는 오늘, 내 삶을 어떻게 기록하고 싶은가.



생각이 고요하게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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