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정비합니다

나의 세계를 만드는 일

by 윤서







사람이 머무는 공간의 상태는 그 사람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에 가깝다. 누군가는 어질러진 물건들 틈에서 잃어버린 여유를 알아채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정돈된 여백 속에서 평온함을 느낀다.


어떤 형태이든 공간은 늘 말없이 현재의 마음과 상태를 보여준다. 그래서 주변 환경을 가꾸는 일은, 종종 흐트러진 내면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일이 되기도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취향이라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눈에 띈다. 쉽게 고른 물건들과 통일성 없는 감각들.


꼭 필요해서라기보다, 사야지만 마음이 풀렸던 흔적들은 선택이 아닌 무언가에 휩쓸린 경험에 가깝다.


이런 물건들이 쌓이면, 공간은 금세 소란해진다. 긍정적인 에너지와 가치 있는 경험 대신 짐으로 전락한 물건들은 결국 마음을 무겁게 한다. 쉽게 들인 물건일수록 공간과 마음에 노이즈가 된다.






이런 경험이 쌓인 후로, 물건을 들이는 것에 늘 신중한 태도를 가진다. 내 공간에 오래 머물러도 부담이 없는지, 쓰임을 다할 수 있는지. 신중함은 때로 피로를 동반하지만, 가볍게 소유한 물건이 주는 공허함보다는 훨씬 감당할 만하다.


이제 나에게 주변을 가꾸는 일은 내 세계에 입장할 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이 되었다. 나의 환경이 고심히 고른 나의 의도와 안목으로 물들 때, 비로소 마음에는 평온이 깃들고 삶을 대하는 주체성은 선명해진다.


결국 내가 허락한 것들로 공간을 채우는 행위는, 흩어진 마음을 모아 내면의 질서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정성껏 일구어낸 공간은 더 이상 단순한 장소가 아닌, 어떤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나의 든든한 요새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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