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시간을 담기로 했다

완벽함보다 오래 다루는 일에 대하여

by 윤서





새해를 맞이해 불렛저널을 만들었다. 여느 때와 달리 시간을 다루는 방식을 내 감각에 맞춰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 기록을 넘기며, 어느 부분에 오래 머물렀는지와 어디에서 자연스럽게 손이 멈췄는지를 떠올렸다.


무엇을 붙잡으려 애썼는지보다, 무엇을 놓지 않고 꾸준히 다뤄왔는지가 이 과정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였다.


손에 익지 않은 것들은 조용히 걷어내고, 취향이 물든 것들만 골라 페이지에 담았다. 필요한 만큼 고치고, 원하는 만큼 머무르며 빈 여백을 차분히 채워나갔다.


나를 위한 기록은 언제나 화려한 레이아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내 감각과 취향이 잘 녹아들기 위해서는 곁에 두고 시간을 들여야만 한다. 모든 일에 쌓여야 하는 시간이 있듯, 기록에도 통과해야 할 시간의 총량이 있다.


그 시간을 충분히 지나지 않으면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결국 모래성처럼 흩어질 뿐, 내 것이 되지 않는다. 완벽한 체계를 한 번에 갖추기보다, 과정을 몸으로 익혀가는 시간이 결국 더 단단한 감각과 안목을 남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하루를 기록한다. 삶의 결이 채워질 때까지 페이지를 넘기는 수고로움을 피하지 않으며. 그저 정직하게 쌓인 시간이 손끝에 선명한 감각을 남긴다는 걸 믿고.


켜켜이 쌓인 시간 끝에서 이 기록이 나를 지탱하는 단단한 지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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