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 J 편
어떤 자리에서도 흔한 대화주제가 된 MBTI. 뻔한 대화소재일 수 있지만 간단한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이만한 이야깃거리가 없는 것 같다. 나는 MBTI를 과학이라고 생각했다. 연구를 통해 도출된 성격유형으로써 정확성이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MBTI를 맹신할 수 없다는 가장 큰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특정 성향을 두 가지로만 나누기 때문이다.
각 네 가지 영역이 E와 I, S와 N, F와 T, P와 J 모두 둘 중 하나의 성격유형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비슷한 MBTI를 가진 사람이더라도 다른 성향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50%를 살짝 넘어 E성향을 가진 사람은 I성향을 가진 사람보다 외향적으로 보이겠지만, 90% 이상의 E성향을 가진 사람보다 내향적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MBTI 검사의 특성 때문에 두 가지로 나뉜 성격 유형 모두를 가졌지만 한 가지의 검사결과로만 표현되는 경우에는 실제 성격과는 이질감이 느껴지곤 한다.
나는 자꾸 바뀌는 애매모호한 내 MBTI 검사결과에도 모든 성격유형의 장점을 담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쪽으로 치우쳐진 J의 성향을 반대로 뒤집어버리고 싶었다. 쉽게 바뀔 수는 없겠지만 P와 J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람들은 P & J 두 성향의 차이를 '계획'에 관심이 있는가를 초점에 맞추곤 한다. 물론 이 성향의 차이가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계획'이 맞다. 하지만 조금 더 넓게 보자면 '계획'이 아닌 '규칙'이 맞는 것 같다.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룰이라는 것이다.
결국 계획수립의 여부조차 스스로의 생각에 의해 결정된 룰에 의해 판단되는 것이다. 그 룰이 엄격한 사람은 계획을 엄격하게 세우겠지만, 스스로 정한 룰이 계획을 세우는 것에 대해 관대하다면 J성향일지라도 계획이 필요 없다는 결정을 할 수 있다.
과거의 나는 계획 세우기를 매우 꼼꼼히 했었다. 계획에 대한 스스로의 룰이 엄격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 계획들은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욕심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그런 성향들은 특히 여행 중에 도드라졌다. 과거 여행에 떠날 때는 스스로 빡빡한 일정을 세웠다. 물론 그 일정을 소화해 냈을 때에는 뿌듯해하며 성취감을 느꼈지만, 그 일정에 대해 버거움을 느꼈을 때는 스스로 힘들어했다.
반면 그저 즉흥적인 마음으로 나와 여행을 함께했던 내 친구는 지금 그 여행을 매우 알차게 보냈던 뿌듯한 여행으로 기억한다.
결국 나는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계획에 대한 룰을 조금씩 내려놓았다.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뿌듯함이 줄었지만, 스스로에게 주는 실망감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의 나는 빡빡한 일정이나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나에게 정해진 룰이 아직 남아있다면, 내 생각을 글로 남기거나 메모하는 것뿐이다. 생각들을 글로 남겼을 때 그 글을 읽고 뿌듯함을 느끼는 것도 행복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문득 나는 어떤 일도 즉흥적으로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