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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빈 Oct 06. 2023

연애 빠진 로맨스가 있는가



요즘은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많은 사람들과 쉽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사랑놀이도 쉽게 구경할 수도 있다. 연애관계의 큰 틀은 많은 사람들에게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다들 비슷한 질문과 말이 오가고, 비슷한 생각을 한다. 가끔 연애는 사람과의 교류보다, 관계라는 틀에 묶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얼마 전, 손석구&전종서의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를 보았다. 쉽게 이성을 만나고 잠자리를 갖는 요즘의 연애문화에 대해 잘 표현한 것 같다. 주인공들은 온라인 어플을 통해 만나, 잠자리부터 시작해 조금씩 가까워진다. 연애라는 형식적 틀에서 벗어난 모습이 자유로워 보이지만, 육체적 관계를 중심으로 이어진 관계도 사랑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요즘은 만족스러운 연애를 위해서 속궁합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결혼 이후에도 부부관계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연애 때부터 잠자리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육체적 교감이 있어야 정신적 교감도 더 디테일하게 교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잘못된 건 아니다. 그런데 새로운 사람과 만나 연애하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연애를 시작하기 앞서 잠자리부터 확인하려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최근에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던 지인 A가 있었다. A는 회사에서 부서이동을 하게 되었는데, 새롭게 같이 일하게 된 여자 동료와 가까워지게 되었다. 종종 연락을 하면서 친하게 지내다 보니 나름 매력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하지만 결혼을 전제로 만나다 헤어진 지난 여자친구에 대한 괜한 미련과 아쉬움 때문에 감정이 쉽게 정리되지 않는 듯했다.


A의 솔직한 생각은 이랬다. A에게 잠자리는 중요한 연애조건 중 하나였다. 결혼 상대로 아쉬웠던 전 여자친구에 대한 미련이 남는 이유는 성적인 매력의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 여자친구와 맨날 지지고 볶고 싸우더라도 잠자리에서만큼은 부족함이 없었다. A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어도 이전 여자친구가 생각날 것 같아서, 새로운 연애에 있어 속궁합을 항상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요즘은 새로운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기 전 잠자리를 먼저 가져보려 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소위 '선섹후사'라고 한다. 지나치게 가벼운 마인드일까? 친밀감을 형성하는 관계이기에 신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몸을 섞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래도 좋아하는 마음이 있을 때 가능한 게 아닐까? 묘하게 설득되는 것 같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관계는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친구'라는 의미의 FWB(Friend With Benefit)라고 한다. 연애라는 틀에서 벗어나 부담은 덜면서 사랑(?)이란 베네핏을 추구하는 관계이다. 이런 관계도 또 다른 연애의 관념인 건가. 연애가 빠져도 로맨스가 될 수 있다는 것. 사랑을 그저 가볍게 생각하는 말일까? 형식적인 관계의 틀에 집착하는 것보다 원초적인 본능에서 비롯된 감정에 솔직한 모습이 조금은 달라 보인다.


연애에 대한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있던 또 다른 지인 B가 생각났다. B는 꾸준히 연애를 하던 나름 인기 있는 남자였다. 그러다 최근 이별을 겪은 후, 한동안 못 봤던 친구들도 자주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여사친이 은근슬쩍 플러팅을 하는 게 느껴졌다. B는 여사친이 매력적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연애에 있어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었기에 여사친을 연애 상대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B는 스스로의 연애관이 너무 진지하기만 한 것 같아 고민을 했다. 항상 결혼까지 생각하며 연애관계를 이어왔는데,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아 관계에 대한 피로함만 쌓여가고 있었다. B는 먼저 다가오는 여사친을 꼭 밀어낼 필요는 없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눈앞에 이성으로 등장한 여사친은 그동안 관리를 열심히 해서인지 핏(?)스러운 옷태가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마음이 흔들린다. 연애는 아니지만, 잠자리만 가져봐도 괜찮을까? 한 번이 어렵지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 그런 관계가 지속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관계가 FWB가 아닐까? 서로의 매력만 충족이 된다면 연애에 대한 부담감은 내려놓고,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부담 없이 성적인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합리적인 관계이다. 아무리 성적으로 오픈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 사람 저 사람 함부로 관계를 갖는 것보다 합리적이지 않은가? B는 이런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낯설지만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른 발상이었지만 현실적인 이야기인 것 같아 마음에 와닿았다. 술과 함께 처음 보는 사람과 원나잇을 보내거나, 퇴폐업소에 가는 사람들보다는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에 대해 마냥 비판할 수는 없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은근히 설득되고 있었다.


원래 지인 A와 B의 이야기는 누가 더 나쁜 사람인가에 대한 주제의 이야기였다.

연애 시작 전 잠자리를 가지려는 A와 연애를 완전히 배제하고 잠자리를 가지려는 B

영화를 보고, 이 글을 쓰면서 조금은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


나 또한 연애관계에 있어서 스킨십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원래 사랑이 무엇이더냐,

서로에게 설레는 추억을 선물하며 정들어 가는 것

또 서로의 피부가 맞닿으며 따뜻한 체온을 공유하는 것 아닌가?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린 로맨스처럼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다. '연애 빠진 로맨스'도 연애 없는 스킨십으로 로맨스를 시작했지만, 온전한 사랑으로 결말을 얻었다. 단지 육체적인 관계로만 생각했던 로맨스에 대해 묘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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