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12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엄마가 되어 줄래?”라고 프러포즈하는 남자

[고전이 재밌다] 피터팬 1편

by ㅈㅑㅇ Sep 02. 2024


피터팬은 그녀에게 엄마가 되어달라고 했습니다.



네버랜드에 사는 아이들에게 이야기 들려줄 엄마가 필요하다고. 웬디에게 자기와 함께 가서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달라고 프러포즈했습니다. 이거 참. 곤란합니다. 생일선물로 고무장갑이나 청소기를 선물받는 것 같아요. 엄마라는 단어에는 좀 더 피곤한 일상과 막중한 책임이 있어 보입니다. 누군가 이렇게 프러포즈한다면 딱 거절하고 싶어요. 웬디도 말리고 싶습니다.



한 가지 정상참작이 가능한 부분은 피터가 어린아이라는 점입니다. 어른이 되지 않는 아이. 진주같이 하얀 유치가 나 있는 아이죠. 저희 집 10살에게 물어보니 어린아이로부터 '엄마가 되어줄래'란 말을 들으면, 같이 놀아줄 것 같다네요! 어른 엄마는 발끈했는데. 아이들에게 '엄마'는 이야기해주고 같이 놀아주는 사람 느낌인가 봅니다. 



확실히 <피터팬>은 어른보다는 아이의 마음으로 보는 것이 더 즐겁습니다. 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는 아이들에게 직접 말해주듯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이번 편에서는 <피터팬>의 작가에 대해, 그리고 완역본 <피터팬>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을 나눴어요. 우리에게 잘 알려진 1953년작 디즈니 만화 <피터팬>과는 또 다른 이야기거든요.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88852/episodes/24991536



<피터팬>의 시작은 연극이었다고 합니다. 영국 켄싱턴 공원에서 친구 데이비스의 아이들에게 해주던 연극이요. 저도 연극으로 <피터팬> 이야기를 처음 접했어요. 책에 "요정을 믿나요?"라고 직접 물어보는 문장도 나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깜짝 놀랐습니다만, 아이들과 대화하며 읽어주기에 최적화된 책이더라고요. 



1860년생 아홉 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제임스 매튜 배리. 그는 키가 겨우 150센티미터가 될까 말까 할 정도의 작은 키에 아주 수줍었다고 합니다. 배리가 여섯 살이 되던 해, 형 데이비드가 죽자 (친구는 데이비스, 형은 데이비드) 배리는 그의 형 대신 엄마를 위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면서 유년을 보냅니다. (비룡소 책 옮긴이의 말 인용). 



엄마의 상심이 매우 컸던 걸까요. 작가의 감성이 유난히 섬세했던 걸까요. 그의 마음에 '엄마'가 커다란 구멍으로 남았던 모양입니다. 어른이 되지 않는 아이는 작가 본인의 모습이 투영된 듯 하네요. 제임스 본인은 아이가 없었고, 친구 데이비스의 아이들을 그렇게 사랑했다고 합니다. 훗날, 그 아이들의 부모가 모두 죽자 입양해서 맡아줍니다. 한 명도 힘들 텐데, 다섯 명 모두!



책 속의 부모 모습이 남다르게 보입니다. 웬디의 엄마는 네버랜드로 날아간 아이들을 위해 한결같이 창문을 열어두고 기다려줬고. 아빠 달링 씨는 본인의 아이들뿐 아니라 함께 돌아온 네버랜드 아이들을 모두 거두어줍니다. <피터팬>은 작가의 진짜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네요. 부모의 길에 피곤과 책임뿐 아니라 커다란 기쁨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봅니다. 뭐. 물론. 그 기쁨은 대부분 미취학 아동일 때까지 느끼는 것이긴 합니다만. 



"엄마가 되어줄래?" 이건 그가 받고 싶던 프러포즈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Unsplash  - Ben WhiteUnsplash  - Ben White















매거진의 이전글 난해한 결말을 이해하는 5가지 방법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