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의 보물이 있다. 젊은 시절 큰맘 먹고 구매한 니콘 수동 카메라. 그 당시에는 카메라 자체도 흔하지 않았지만 커다란 렌즈까지 달려있는 큰 카메라는 아버지의 자랑이었다. 커다란 사이즈에 들고 다니기도 쉽지 않았지만 막상 놀러 간 곳에서 찍은 사진들은 그 모든 수고가 의미 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중에서도 아버지의 가장 큰 자부심은 그 쉽지 않은 수동 카메라를 잘 다룬다는 것이었다. 카메라를 사고 두꺼운 사용설명서와 수동 카메라의 원리가 나와있는 책을 구해 4일 동안 열심히 공부하셨다고 들었고 그 이후에는 그 카메라를 들고나갈 때마다 상황에 맞는 기능을 잘 조정하며 스스로 말씀하시길 예술사진급의 작품들을 찍으셨다고 한다.
지금도 사진을 이야기하면 전문가 못지않게 조리개, 노출, 광원 등의 단어를 사용하시며 열심히 설명해 주시곤 한다.
" 카메라 원리는 다 같아. 지금은 필름이 디지털로 달라진 거뿐이지 어차피 찍는 건 다 같다니까"
얼마 전에 아버지께서 휴대폰 카메라 사진이 화질이 안 좋다고 새로운 휴대폰으로 바꿔달라고 하셔서 최신폰으로 새로 사드렸다. 아버지는 그 카메라를 아직도 좋아하시고 보관하고 계시지만 요즘 사진은 휴대폰으로 찍으신다. 가끔 꺼내보시기도 하고 촬영을 하시기도 하지만 예전처럼 나들이마다 꺼내지는 않으신다. 결국 시대도 아버지도 카메라로 변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아버지는 말씀하신다.
"원리는 똑같아"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인터넷에 휴대폰에 자율주행 자동차에 참 많은 것이 달라지고 편리해졌다. 하지만 그 삶 속에서 기본적인 원리는 같은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