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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

어른들의 동시-셋

by 박희종

내 가슴속 한 자루 칼이어라

여차하면 나를 지킬 은장도여라

눈물로 술잔으로 갈고갈은 시간이라

멋있게 지르고 힘차게 뛰쳐나가리라

벼르고 벼르리라 마침내 지르리라


어설픈 용기는 위험한 독이더라

시퍼런 객기는 푸르른 멍이더라

먼저 나간 선배들은 한숨에 후회더라

언제인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더라


한 자루 칼이거든 더 날카로이 날을 세우라

최후에 자존심이거든 급소를 놓치지 마라

갈고 가는 것은 더 섬세하고 다 세밀하라

휘두른 칼날에 승리 말고 답 없음을 잊지 마라


출근길 군중 중에 사직서 한 자루 없는이 어딨을까?

퇴근길 군중 중에 한숨없는이 어딨을까?

사직서는 타이밍 모르는 자 혹 있을까?

적기에 적소에 폼나게 멋지게 박수받고 떠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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