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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Dec 07. 2021

놀면 뭐하니? 뭐라도 해보자.

나에게도 부캐가 생겼다.

내가 살면서 지금까지 가장 부러운 직업은 바로 예능인이다. 매주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웃음을 주는 그들은 직업을 핑계로 참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생긴다. 쉽게 가보지 못할 여행을 가보기도 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엄청난 맛집의 음식들을 먹기도 한다. 촬영을 핑계로 새로운 것들을 배우거나, 체험하기도 하고,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 할만한 것들을 허락받기도 한다.


그중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은 뭐니 뭐니 해도 유재석 님이었다. 무한도전 시절부터 다양한 도전들을 통해, 나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을 경험하고 있고, 지금은 놀면 뭐하니에서 다양한 부캐들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감히 유느님을 거론하는 것이 그 어떤 지탄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고, 심지어 유재석 님뿐만 아니라, 우리가 부러워하는 수많은 예능인들이 얼마나 무거운 압박감속에 살아가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은 꽤 충격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러운 것은 부러운 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울타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그런 일을 꿈꾼다고 하더라고 웬만한 용기가 아니라면, 쉽게 시도하지도 못할 만큼 리스크도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다른 삶이라면, 필요에 의해 선택하게 되는 새로운 돈벌이(아르바이트나 부업)이거나, 본인의 취향에 의해 선택하게 되는 취미의 영역이다.(각종  동호회나 모임, 혹은 관련 학원이나 업체에 수강을 하는 경우)


물론, 그런 종류의 경험들도 무시하거나, 평가절하를 할 수 있는 것들은 절대 아니다. 우리의 삶은 각자의 입장에서 모두 치열하고 고단하기에 누구라도 내 삶의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진행하는 것은 찬란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모든 이들의 부캐들을 모두 응원한다.


나에게도 부캐가 생겼다. 정말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던 내가, 소설가가 된 것이다. 내가 진짜 운이 좋았던 것은 필요에 따라 선택한 두 번째 직업이, 내 취향에 따라 선택한 취미와 일치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취미가 직업이 되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부캐가 나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사람들에게 출간을 알릴 때, 제일 불안했던 것이 사람들이  본캐의 성실성에 대한 의심이 하게 되는 것이었다.


"자기 일이나 똑바로 하지. 저렇게 딴짓이나 하고."


 혹여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까 봐. 스스로 나에게 부캐가 있노라고 말하기 부담스러운 존재들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를 말하자면, 겉으로는 아무도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고, 아주 예민하게 반응을 살펴봐도 그렇게 신경 쓰일만한 사람들은 없었다.


오히려 누군가가 그렇게 보일까 봐 걱정되는 마음에 본캐에 더 집중하려고 더 노력하게 되기도 했다. 심지어 더 긍정적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본캐에서 오는 스트레스들이 부캐에서 받는 성취감으로 상쇄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장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쉽게 누군가에게 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의 경우는 글을 쓰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압박을 받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가능한 경우일 수도 있다.(물론, 이제 신인 소설가라서 부담이 은 것일 수도 있다.) 만약 누군가, 부캐 스트레스를 더 게 된다면, 차라리 시간이 될 때마다 놀라고 말하고 말 것이다.


다만, 혹시 현실의 벽에 막혀 포기했던 꿈이 있었다면, 지금이라면 성공에 대한 부담 없이 취미로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과감히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마흔이 넘어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느낀 것은, 스무 살에 비해 내가 아주 편하게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이 대단한 명작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도 없고, 기필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작품으로 남기고 싶다는 욕심도 없다.

그저 지금 내 능력 안에서 부담 없이 편하게 시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욕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내 소설이 영상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지만, 본캐를 포기하고 올인할 만큼 간절하지는 않을 뿐만 아니라, 나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야도 생겼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스무 살 때의 나에 비해 훨씬 더 힘을 빼고, 부캐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지만 얌전히 살고 있는 그대들에게 바람을 넣고 싶다.


해보니 참 좋다고.

해보니 별거 아니라고.

겁먹지 말고,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우선 그냥 해보라고.

아무도 큰 기대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아무도 실망하지 않는다고.

그러니 그냥 해도 된다고.

그러니 그냥 하라고.


마흔 넘어 겁 없이 시작한 나도, 부캐를 만들었다.

우리라고 유느님 흉내 내지 못할 건 없다.

놀면 뭐하니? 뭐라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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