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코리아 좀 자주 들어가 봐
멘토가 꼰대가 되어버린 세상
나는 얼마 전에 이직 제안을 받았다. 지금 회사보다 규모가 훨씬 큰 회사였고, 하는 업무는 동일했다. 아마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조건도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큰 고민을 하지 않았고, 정중하게 제안을 거절했다.
나는 한 회사를 오래 다닌 편은 아니다. 지금의 회사도 이미 몇 번의 이직을 통해 온 곳이다. 젊은 시절에는 이직에 대한 부담도 없었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도 컸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면 고민 없이 도전했고,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다.
내가 이번 제안을 거절한 것은 주어진 조건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고, 도전에 대한 의지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다만, 지금은 이곳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분명하고, 나 스스로 판단하기에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다만, 이번 이직 제안이 나에게 반가운 소식임은 틀림없다. 우선, 내가 내 분야에서 아직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 되어준다.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면, 이 조직의 원하는 방향으로 업무가 진행되고, 확장된다. 그렇다는 것은 결국 나의 역량도 어느새 이 회사가 바라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가끔 외부에서 나에게 제안이 들어오는 것은 지금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꼭 이 회사만의 방향이 아니라, 이 분야에서 추구하는 방향과 비슷하다는 안심을 하게 해 준다.
그래서 나는 젊은 후배들에게 꼭 해주는 말이 있다.
"잡코리아를 자주 들어가 봐."
이직을 부추기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업무 영역에서 다른 경쟁사들은 어떤 역량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잡코리아에 올라오는 구인공고는 그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들을 찾고자 하는 조건들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 내가 속해있는 회사보다 앞서 나가는 회사가 있고, 그 회사의 모집공고문에 내가 가지고 있지 않는 역량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자신의 업무 분야에서 본인의 회사가 부족한 부분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고, 자신의 역량 개발 계획에 있어, 앞으로 꼭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들었던 특강에서 강사님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요즘 신입사원들의 스펙에는 메타버스나 NFT에 관련된 경험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그 말인즉슨 우리가 아직은 생소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어떤 구직시장에서는 경쟁력이 되어가고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꼭 필요한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내가 청년시절일 때는 멘토라는 단어가 한창 유행이었다. 그때는 어디서나 자기소개를 할 때, 나의 멘토는 누구며, 그 사람처럼 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아주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 우리는 멘토라는 말보다는 꼰대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우리는 이제 누군가를 따라서 행동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누군가에게 조언하는 것도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너무 잘 아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람들은, 먼저 앞서 간 선배들이 아니라, 지금 바로 옆에서 같이 달리고 있는 경쟁자들이거나, 내 뒤를 바짝 쫓고 있는 후배들 일지 모른다.
나는 이번 제안 덕분에 오랜만에 잡코리아에 들어가 봤다. 그리고 채용 시장에서는 나와 비슷한 영역의 사람들에게 어떤 역량들을 필요로 하는 지도 살펴보았고, 내 후배들에게는 어떤 기회들을 주어야 할 지도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어쩌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마저도 누군가에게는 꼰대의 말처럼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마디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나는 분명히 말할 것이다.
"잡코리아 좀 자주 들어가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