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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기 임현균의 그림이야기(샤갈-젊은이의 그림)

구분이 안 되는 배경과 소녀

by 임현균

<무시기 9년차 – 명품 전시회 3: 샤갈 02 – 샤갈의 20대>

無작정/始작한/그림이야期~/


“예술은 국가의 문명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 빅토르 위고(Victor Hugo, 1802~1885)


[전시회 알림] 마크 샤갈 전시회, 5월 23일 ~ 9월 21일, 한가람 미술관


“색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다룰 줄 아는 화가는 샤갈이 유일하다” (- 피카소)


미술사에서 가장 자존심 높기로 유명했던 피카소(1881~1973)가 극찬한 화가 샤갈(1887~1985)입니다. 위 문장에는 “마티스 이후”라는 문장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원문에는 “마티스가 죽게 되면(When Mattisse dies)”이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 인용구는 아마도 1950년대 초반에 피카소가 마티스와 샤갈을 언급하면서 이야기된 것이 아닌가 하고 추정합니다. 이 문장을 다시 보면 마티스(1869~1954)에 대한 존경의 의미도 들어 있습니다. 피카소가 형태와 화가적 시점을 혁신적으로 발전시켰다면 마티스와 샤갈은 색채 표현에 있어서 매우 창의적 사용을 했습니다. 샤갈은 화면의 구성과 표현에서도 대단한 새로운 시도를 하였기 때문에 오늘날 대가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의 날아가는 그림이 생각납니다만, 오늘부터 샤갈의 그림은 초창기부터 차곡차곡 보려고 합니다. 호흡 천천히 해도 되쥬?


<Young Woman on a Sofa (Mariaska), 1907>

young-girl-on-a-sofa-mariaska-marc-chagall-1907.jpg



[보이는 대로 읽기]

그림 속 젊은 여인(소녀?) 이름이 마리아스카였나 봅니다. 창백한 피부, 어두운 의상, 자세는 느긋하지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라서 고요하고 명상적입니다. 개인 소장의 이 그림은 집에 있으면 거실이 평온하게 보일 듯합니다. 여인의 손에 들린 빨간 꽃, 뒤편에 보이는 붉은색 배경, 꽃무늬 소파와 잘 구분이 안 가는 옷이지만 무늬가 없어 다행히 선이 보입니다. 심지어는 붉은 꽃이 뒤편의 붉은 배경과 구분이 되지 않고, 화분조차도 검은 계열이라 소파와 구분이 잘 안 됩니다. 스무 살의 샤갈은 색이 왜 이렇게 우울할 만큼 차분하고 어두운 색을 썼을까요? 그리고 소녀의 다리를 조금만 더 길게 그렸으면 그림이 더 아름다웠을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스치고 지나갑니다. 소녀라 짧았나요?


[화가 이야기]

이 작품은 샤갈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공부하던 1906~07년에 그린 것입니다. 인물의 이름으로 괄호에 있는 마리아스카는 샤갈의 첫사랑이었거나 상징적 여성상이라고 해석되고 있습니다. 나중에 그리는 연인 벨라를 묘사할 때는 부유감, 환상이 더해지지만 아직 그런 성향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그림을 그릴 때 샤갈은 레온 발크스트(Leon Bakst)에게 사사 중이었고, 상징주의, 아방가르드, 인상주의 등에 노출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이야기]

이 그림은 샤갈의 샤갈다운 환상과 비현실적 색채감각으로 발전하기 전 꿈틀대는 사고가 아직 펼쳐지기 전의 그림입니다. 한편으로는 유대인으로서 제약이 많던 체제 아래에서 여성을 통한 내면을 드러낸 것이 아닐까 하는 분석도 있습니다. 개인 소장이라 접하기 힘든 작품입니다. 이런 그림을 그리다가 1910년 파리에 가서 피카소와 마티스의 그림을 접했을 때 그의 뇌가 어떻게 빛이 났을까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무시기 사랑방: 죽기 전 들어 보아야 할 앨범 1000 - 243>

어제 Deborah Pritchard의 <샤갈의 빛>을 들었습니다. <오라 빛이여, Veni Lumen, 2023> 도 매우 좋습니다. 텅 빈, 혹은 넓은 성당에서 이 독주를 들으면 매우 행복한 고독에 잠시 놓일 듯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oOJDSUc5Hs


무시기 소개 동영상: http://naver.me/IFgTQTkQ

그림 혹은 과학 강연이 필요할 때는:

limbearo@gmail.com




창의적인 우리 아이로 만들려면; <내 머릿속 미술관>에서 그 비법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보다, 기억하다, 창조하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1309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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