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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실제로 하는 일(2)

앞서 설명했던 일을 성공하고 나서 한 3개월 정도 다른 일을 하면서 지내다가 갑자기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 고생했던 일과 비슷한 성격의 업무였는데 아마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저에게 맡기지 않았을까 추측하고 있고요.

조금 설명을 하자면 이전에 사업을 만드시던 분이 거의 다 해놓은 상태에서 여러 가지 개인 사정으로 회사를 그만두면서 (물론 나도 나중에 그 이유로 회사를 그만 두지만) 제가 일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일을 맡았을 때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길어도 6개월이면 충분히 마무리할 거라고 하면서 사업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은 사업개발보다 사업개발 외적으로 힘든 점이 많았는데 굵직한 거만 얘기하자면 사업을 위해 외국에 법인을 만들었는데 그 현지 법인 운영에 문제가 많았습니다.

한 번은 본사에서 보기에 법인 운영비가 없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현지 자금을 관리하는 담당자에게 앞으로 얼마나 돈이 필요한지 알려 달라는 요청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담당자 회신이 없길래 괜찮은가 보다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자금이 다 떨어져서 직원들 월급 줄 돈이 없다고 통보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내부절차(점잖게 내부절차라고 썼지만 결국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관리 소홀로 욕 바가지로 먹는 것) 밟아서 급하게 돈 보내줄 정도였습니다.


또 한 번은 같이 공장을 짓기로 한 현지 회사가 어느 날 돈이 없다고 드러누워 버려서 사업이 멈춰버린 적도 있었는데 현지 법인에서 해결을 못 하고 본사에서 해결하라고 던져버리더군요.

다행히도 그 회사와 친분이 있는 본사 임원이 직접 만나서 그 회사가 내야 할 돈을 대신 내주는 대신 지분을 넘기는 조건으로 마무리되었고 일이 마무리되어 다행이긴 했는데 그 과정에 의도하지 않게 지분 인수 업무가 추가되어 정신없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단계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했는데 나는 지난번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은행으로부터 돈 빌리는 일을 맡았습니다.

사업이 커서 하나의 은행이 아닌 여러 은행들로부터 돈을 빌려야 했는데 은행마다 요구하는 조건들이 달랐고 각각의 조건들을 맞추고 조율해야 하는 데다가 돈 빌려주는 은행들 비위까지 맞추면서 일을 해야 해서 진이 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같은 팀 사람들과 현지에 있는 회사 사람들이 많이 도와줘서 업무를 끌고 갈 수 있었습니다. (이 때도 관리부서는 별로 도움이 안 되었다는 소문이...)

쉽게 사업이 개발되면 안 되는 법칙이라도 있는지 이번에는 공사하기로 한 업체가 공사 시작하기 한 달 전에 갑자기 모회사와 합병이 되어버렸습니다.


모회사와의 합병이었기 때문에 시공능력이나 재무능력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돈을 빌려줄 한 외국 은행에서는 계약했던 업체가 없어져서 사업 조건이 달라졌으니 공사하기로 한 업체를 인수한 회사가 공사와 관련된 모든 책임을 진다는 각서를 받아와야 돈을 빌려주겠다고 통보해버리던군요.

합병된 공사업체나 합병한 회사나 합병작업으로 정신없는 상황이어서 당장 각서를 써주기 어렵다고 하는데 내버려 두면 공사 밀려서 일정 못 맞추고 또 머리 아픈 일이 생길 게 불을 보듯 뻔하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은행들을 설득해서 회사가 낼 자본금을 담보로 2달치 공사대금만 먼저 빌려주고 공사업체가 각서를 내면 나머지 돈을 빌려주기로 하고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또 고개 하나 넘어가나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현지 정부의 인허가 서류가 이상하다면서 서류가 완벽해질 때까지 또 돈 못 빌려준다고 은행이 버티더군요.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류를 다시 받아야 하는데 문제가 된 서류가 원래 발급이 안 되는 서류인데도 억지로 떼써서 받은 거라 다시 받을 수도 없었고 수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든 은행을 설득해야 했습니다.

공사업체에서 각서도 안 주고 있었고 서류 문제도 해결이 안 된 상태로 결국 2달이 지나버렸고 지난번과 같이 법인에 돈이 말라버렸죠.

그래도 이번에는 다행히도 본사에서 운영비 정도는 지원을 해주고 있어서 사업이 멈추지는 않았음


공사비는 어떻게 했냐구요?

공사비는 공사업체가 각서를 안 써줘서 돈 못 빌리고 있으니 각서 갖고 올 때까지 공사비 못 준다고 버티면서 공사를 끌고 가는 중이었습니다.

자꾸 시간은 가는데 문제 해결은 안 되지 그러면서 돈은 없어지지 정말 그 당시에 미쳐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결국 예상했던 2달보다 2달이 더 걸린 4달이 지난 후에야 문제들이 하나씩 해결되면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게 되었고 그때도 더 이상 마음 졸이며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업도 지금 회사 안에서 돈 잘 버는 사업 중 하나일 정도로 잘 한 사업이었다는 평을 듣는답니다.


그렇게 나와 팀 동료들이 고생하면서 사업을 마무리했는데 회사에서는 알아주지도 않더군요. 연말에 성과금이라고 주는데 성과가 비슷한 옆 팀 막내와 얼마 차이나지 않는 걸 알고 나서 참 허탈했습니다.

게다가 지원부서는 사업개발 과정 중에서 별 것도 아닌 것로 꼬투리 잡아서 사업개발 이상하게 한다고 태클만 걸고 해결책은 하나도 안 줬으면서 막상 일이 마무리되니까 자기들이 사업성공에 기여한 게 많다고 공치사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회사생활#사업개발#은행#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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