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읽기] 다카야마 - (3)

히다 장인의 숨결과 미식의 향

by 버터멜론

히다규와 호바 미소


히다규(飛騨牛)는 기후현에서 14개월 이상 사육된 와규 중 4~5등급을 받은 소고기에만 붙는 브랜드라고 합니다. 히다규는 일본 와규 브랜드 중에서도 마블링이 균일하고 식감이 부드러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다카야마 상점가 중심에 위치한, 마루아키 히다규다카야마점(丸明 飛騨高山店)은 딱 저같은 관광객들이 히다규를 먹기 위해 꼭 들리는 그런 곳이였습니다. 타베로그에도 나름 3.5점의 평점을 갖고 있기도 하고, 구글맵 리뷰는 무려 4.1에 리뷰 숫자가 4천이 넘는 나름 대표적인 식당이죠. 식당에 들어서면 저를 비롯한 동서양 외국인들이 고기를 뒤집어 가며 굽고 있는 모습이 살짝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바로 옆 정육점에서는 A5 등급의 히다규가 부위별로 판매되고 있는데, 한국의 정육식당과 같은 시스템은 아닌듯해 보였고 동네 사람들이 계속 드나들며 고기를 사가는 모습이였습니다. 나름 고기 보는 눈은 있는 편이라, 우리나라 한우랑 비교해 봤는데, 희끗한 부분이 많은게 확실히 지방 함량이 높아 보였습니다. 우리 고깃집 처럼 다양한 반찬과 함께 먹는 구조가 아니라면, 같은 부위의 히다규를 계속 먹는건 상당히 느끼할 수 있습니다. 기회가 되어 이 곳에 가신다면, 배불리 먹겠다고 무리해서 시키지 말고 다양한 부위를 소량씩, 그리고 여러 메뉴를 골고루 맛보는 쪽을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히다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자주 보이는 음식이 바로 호바 미소(朴葉味噌)라는게 있습니다. 후박나무 잎 위에 된장을 올리고, 그 위에 고기나 채소를 얹어 가열하는 방식의 요리입니다. 이 조리법은 산간 지역의 겨울 식문화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눈이 깊게 쌓이는 환경에서 신선 식재료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에 저장성이 높은 된장 중심의 식문화가 형성됐고, 큰 목련 잎을 냄비 대신 활용하는 방식이 자리 잡은 것이라네요. 목련 잎 특유의 향이 된장과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내는데, 하얀 밥이랑 함께 비벼 먹으면 나름 달고 미소의 깊은 맛이 잘 어울려 집니다.


image.png



산초


히다 지역은 일본 내에서도 품질 좋은 산초(山椒) 생산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카야마 시내 기념품점에 들어가면 산초 관련 제품도 은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내가 나고야 시내에서 산초 시치미를 하나 사오라고 해서.. 찾아보다가 '히다 산초'가 일본 제일이라는 글을 읽고 굳이 히다까지 와서 산초를 찾게 되었습니다.



일본 산초는 중국의 화자오(花椒)와 같은 운향과 식물이지만, 마비감은 상대적으로 약하고 향이 밝고 시트러스 계열에 가깝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고기나 장어구이에 뿌리는 용도로 사용한다고 하는데, 히다 지역에서는 된장에 섞거나 두부 요리에 활용하는 등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가볍고 부피가 작아서 여행 선물용으로 구입해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다카야마를 거쳐 히라유 근처에 숙소를 잡았는데, 운이 좋게도 10분 거리에 히다산초(飛騨山椒) 본점이 있었습니다. 이튿날 호텔을 체크아웃한 뒤 차를 몰아 직접 들러 보았습니다. 그 곳에서는 다카야마 시내에서 구입한 산초가루 외에도, 산초가 들어간 소금, 직접 갈아 사용할 수 있는 산초 열매가 있었고, 그 중 몇 개를 골라 구매하였습니다.


매장 점원(아마도 가족사업이신 듯)분과 짧은 일본어로 대화도 했는데, 여기까지 찾아 온 한국인은 처음이라고, 깜짝 놀라 하셔서 신기했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굳이 산초라는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를 사려고 이곳을 오는 한국 사람은 없어 보일것 같습니다. 솔직히 산초라는 열매를 직접 생으로 먹어본 적은 없었는데, 열매를 직접 꺼내 주시길래 입에 넣고 씹어 보았습니다. 첫 입에 풀향 가득한 신선함이 느껴지다가 조금씩 익숙한 산초의 얼얼함이 혀 끝으로 마무리 되는게 굉장히 기억에 남았다. 요즘 유행하는 마라에 중독되는 것 처럼 산초에 중독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글을 쓰는 지금, 산초가 매우 땡기네요.




장인의 도시로서의 다카야마


앞서 글에서 작성한 것 처럼 다카야마는 대도시와는 다른 방식으로 형성된 도시입니다. 일본 역사적으로도 정치적 중심지가 아니었고, 자연으로 고립된 지역으로 자급자족 해야 했던 도시였기 때문에, 장인 집단과 전통 기술이 지역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히다의 장인들은 에도 시대에 '히다노 다쿠미(飛騨の匠)'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전국에 이름을 떨쳤다고 합니다. 세금 대신 기술 노동으로 납부하는 '역역(力役)'의 일환으로 각지에 파견되었고, 고대부터 사찰과 궁전 건축에 참여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고 합니다. 나라 시대 도다이지(東大寺) 건립에도 히다 장인들이 참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요. 이처럼 자원과 기술을 기반으로 유지된 도시였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전통적인 구조와 생활 방식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유인지, 히다 지역은 현재까지도 대표적인 가구 도시로 잘 알려져 있으며, 히다 목공 기술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와 쇼룸이 도시 곳곳에 위치하고 다고 합니다. 비록 시간이 없어서 방문하지 못했지만, 언제 또 기회가 된다면 여유있게 가구 구경도 하고 장인들의 정취도 느껴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 마지막으로 다카야마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한 팁

- 차량 이용 시에는 관광지 중심부보다 외곽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요금은 30분 기준 약 100~200엔으로 비교적 저렴하고 거리도 그렇게 멀지 않아요.

- 다카야마 시내에는 돈키호테도 위치해 있어 차량 이동 시 편하게 들를 수 있습니다. (주차도 가능)

- 생각보다 도시가 커서(?) 사람 사는데 필요한 웬만한 샵들은 다 있는듯 합니다. 유니클로에서 외투도 구매했어요.

- 시간이 된다면 히다 가구 쇼룸도 들러보기를 권장합니다.

- 아침시장은 오전 일찍 방문하세요. 시간이 지나면 관광객이 몰려서 복잡해진다고 하고, 늦으면 저처럼 아무것도 못볼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도시읽기] 다카야마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