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월이야?” “진짜 시간 왜 이렇게 빨리 가지?”
이런 말, 익숙하지 않은가? 우리는 마치 시간이라는 것이 혼자서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고 믿는다.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쳐버릴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상하다. 시간이 흐른다는 감각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놓쳐진 시간은 모두 ‘의식 밖에 있었다’
하버드대의 유명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 중 약 47%의 시간을 ‘지금 하고 있는 일과는 다른 생각을
하며 보낸다’고 한다. 몸은 이곳에 있는데, 마음은 딴 데 가 있다. 그 상태가 하루의 절반을 차지한다면,
당연히 이렇게 느끼게 된다. “오늘 하루, 그냥 흘러가 버렸어.” “기억나는 게 없어.” “뭘 했는지도 모르겠어.”
놀랍게도, 시간이 사라진 게 아니라 우리가 그 자리에 없었던 것이다.
시간은 ‘감각적 존재’다. 시간은 시계의 눈금이 아니다. 오히려 시간은 우리의 감각 속에 깃든 생명이다.
우리가 어떤 순간에 몰입하거나, 한 장면을 깊이 느끼면 그 짧은 순간이 유독 선명하게 기억된다.
그 순간들은 몇 초였을지라도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것이 바로 시간의 진짜 얼굴이다. 시간은 우리의 감각이 켜져 있는 동안에만 존재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은 '사라진 듯한 느낌'으로만 지나간다.
시간은 강물이 아니라 점멸하는 불빛이다. 흔히들 시간은 강물처럼 흐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나는 시간은 오히려 깜빡이는 등불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의식하고 있을 때만 ‘켜지고’, 산만하거나 불안할 때는 ‘꺼진다’. 그 꺼져 있던 순간들 사이로 시간은 사라진 듯 스쳐간다.
이것이 바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우리가 놓칠 뿐이다.”라는 말의 진짜 의미다.
1화에서도 말했듯이, 고대 그리스인은 시간을 두 가지로 구분했다. 크로노스(Chronos): 측정 가능한, 순차적 시간 (시계 시간)과 카이로스(Kairos): 의미가 머무는 순간, 존재하는 시간. 우리의 하루는 대부분 크로노스로 채워진다. 하지만 진짜 삶의 순간은 언제나 카이로스 속에 있다. 즉, 시간은 ‘계산될 때’가 아니라 ‘의미 있게 살릴 때’ 비로소 존재로서의 얼굴을 드러낸다.
시간은 기술이 아니라 감각이다. 시간을 더 잘 쓰기 위해 우리는 종종 도구를 찾는다. 앱, 타이머, 일정표,
루틴, 플래너…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도구들에 몰두할수록 시간의 감각은 흐려질 수 있다. 왜냐하면 시간은 도구로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경험하는 방식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지금 이 글을 읽는 동안—만약 문장이 마음에 닿았다면,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당신에게 돌아온 것이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우리가 그 안에 ‘있을 수 있느냐’만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