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들,
몽골의 바람 속에 서다

by 김연화

<여행 글 1>


☑ 여행일자 : 2025년 3월 23일 ~ 4월 6일 / 15일간

☑ 장소 : 몽골

☑ 여행자 : 6명(63세~71세 할머니들)



글, 사진 김연화

김연화 사진.png










<그래, ‘몽골 여행’ 하면 푸르공이지!>



<서문>

몽골이 불렀다

그 밤, 높은 아파트의 창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창밖으로는 하얀 뭉게구름 속으로 눈부신 흰 길이 펼쳐져 있었고, 그 길은 천국으로 이어지는 듯했다. 꿈에서 깼다. 그리고 일본의 바닷가를 걷고 있던 이월의 어느 날, 해운대의 높은 아파트에 살던 후배 남이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남이는 그동안 편찮으신 어머니 병간호로 밤잠을 설쳐 체중이 훌썩 내려앉아, 심지어는 홀쭉해져 있었다. 늘 여행고파 하던 남이에게 건넨 위로의 말, “같이 여행이나 한 번 가자.” 순간 남이의 눈에 불이 활짝 켜진다. 그 불꽃은 몽골로 이어졌고, 마음속에선 언젠가의 훗날에 ‘남이와 몽골’이라는 메모를 해두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5명 다 모였습니다.” “응? 뭐가?”

몽골로 떠날 사람은 모였을지 모르나 나를 포함하여 모두 60세 이상의 중장년이었고, 무엇보다 3월이었다. “가만 있어도 허리가 아플 나이들인데, 푸르공 타고 몽골의 겨울 돌길을 달리면 허리 고장나. 안 된다.”

“허리 복대 다 준비한답니다.”

“안 돼, 꼬리뼈(미골)도 다쳐.” “도넛 방석 다 챙겼답니다.”

“3월의 몽골은 추워.” “방한복 성능이 좋아서 괜찮답니다.”

이번 몽골의 바람은 그렇게 지인의 입김을 타고, 내 기억을 따라 들창문을 흔들며 다가왔다. 나는 전생에 몽골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삶이 고단해 간절히 기도가 필요하던 젊은 시절, 기도 중에 나는 몽골의 게르 안에 있었다. 처절한 가난과 인간관계의 갈등에 갇혀 힘들어하던 나 자신을 보았었다. 그리고 마침내 시간의 자유가 내 편이 되어준 2023년 9월, 나는 서슴없이 몽골을 찾아갔고, 그 땅에서 깊은 평화를 느끼며 행복했었다. 몽골이 다시 나를 부른다면 이번엔 그때 듣지 못한 ‘고비의 노래’를 꼭 들을 참으로 일정을 짰고, 준비를 시작했다.


역시 몽골은 내 바람을 들어주었다. 상상하지도 못한 몽골의 숨은 비경들을 마주하며, 가슴저리게 아름다운 감탄을 쏟아내었고, 게르 안 장작 타는 소리와 깊은 대화를 나누며 고비의 바람 소리와 숨을 섞었다. 따뜻한 몽골 사람들과 몽골몽골한 정을 나누며, 그들이 준 음식으로 앞으로 살아갈 기운을 채워넣었다.

기억이 엷어지기 전에 더할 수 없는 고마움을 기록하고 싶었다. 여행의 행복을 나누고 싶어 글의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바람처럼 흔들리는 그 지도를 펼치며, 이 책을 읽는 분들의 마음 한쪽에도 작은 바람구멍이 열리기를 바란다.


2025년 6월 20일

조내기 고구마가 있던 땅에서

여행작가 김연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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