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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양 Sep 21. 2021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대학생

회사원으로 출근하여 퇴근 후 대학생으로 강의를 듣는 생활은 생각 외로 너무 즐거웠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밤 11시 넘어서 집에 도착하는데도 지치지 않고 삶의 에너지가 가득 찬 느낌


같이 수업을 듣는 동기들은 나이도, 직업도 매우 다양해서 

수업이 끝난 뒤 다양한 사람들의 살아온 이야기와 회사 생활을 듣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건축 인테리어 사무소를 운영하는 대표님부터 호텔 총괄 매니저, 골프숍 운영하는 형님들이 계셨고

언니들과 친구들, 그리고 나보다 어린 동생들도 예상외로 많았다. 


"아, 저 펜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네네 그럼요! 이거 쓰세요!"

"감사해요 펜 잘 썼어요! 저랑 나이대가 비슷하신 거 같은데 몇 살이세요?"


이렇게 처음에 펜을 빌리게 된 동기와는 

졸업 후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지낼 만큼 친한 친구가 되었고


"티브이에 나온 한우삼합 봤어? 장흥이던데 진짜 가고 싶더라"

"나도 그거 봤는데 진짜 맛있어 보이던데! 장흥 가서 먹고 싶다~"

"오 누나들, 우리 그거 먹으러 다 같이 여행 갈까?"


관광경영학과를 선택한 우리들은 여행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고

TV 예능에 나온 한우삼합을 먹어보겠다고 6명이 차를 빌려서 전남 장흥으로 떠날 만큼 모두가 똘똘 뭉쳤다.


회사생활을 하며 회사 동기와 선후배 외에 새로운 사람들과 인맥을 쌓는 것도 좋았지만,

그토록 궁금했던 대학교 강의를 들으며 공부한다는 점이었다.


막상 해보니 대학생활도 별거 아니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할 때는 대학 관련 모든 것이 좋아 보이고 부러운 것들이었는데

직접 해보니 관광에 대해 다양한 분야로 깊게 배우고, 그에 따른 다양한 과제들과 시험 등 평범한 것들이었다.


물론 야간대로 다니면 누리지 못하는 것이 꽤 많다.

밤에만 학교에 있기 때문에 학식도 한 번도 먹지 못하였고, 동아리 가입도 힘들었으며 

회사 연차를 내거나 주말에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등 한계점이 많았다.


그래도 이렇게 회사생활과 학교생활을 같이 병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팀장님과 선후배에게 감사했고

혹시라도 학교 다니는 거 때문에 업무에 차질 있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회사에서도 집중해서 근무했다.


바쁘게 살다 보니 잠시 3년 차인 나에게 왔던 슬럼프도 어느 정도 사라지고 

모든 것이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느낌이라 마음이 평온해지는 거 같았는데 

자꾸만 나 자신 스스로에게 드는 의문점


'이렇게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과 일이 있는데 왜 난 이곳에서 평생 일하려고 했을까?'


학교 동기들과 대화하고 관광업에 대해 배우면 배울수록 세상에는 재미있는 일이 많아 보였고

내가 일하고 있는 고객플라자와 창구업무가 너무나 작아 보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19살에 이 회사에 입사해서 평생을 이 한 가지 일만 한다면,

미래의 내가 과연 살아온 인생에 만족스러웠노라 말할 수 있을까?


학교는 그저 지루하고 심심한 나의 회사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보고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회사에 대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스스로에 대한 의문을 품은 채 회사와 학교생활로 하루하루는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오늘 수업 끝나고 다들 막사 마시러 간다는데 갈래?"

"오오 당연하지 콜콜! 달려달려!!"


물론, 퇴근 후 밤에는 대학생답게 다양한 술과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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