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뒤늦은 1주일의 여름휴가가 시작되었다.
연초부터 지금까지 바쁘게 달려온 업무 속에서 몸과 마음 모두 다 지쳐버린 나는, 당장에라도 무인도로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었고, 회사 내에서 친한 사람들과 사담을 나누는 것조차 다 귀찮았다.
해외와 국내여행 중 고민하다가 강원도 정선에 있는 웰니스 리조트를 발견했고, 바로 예약 한 뒤 남편과 함께 훌쩍 떠나왔다.
이번 여행의 나의 목표는 단 한 가지
'일상 그 모든 것에서 나를 일주일 동안 차단하자'
휴가 첫날부터, 개인적인 카톡을 보내온 후배에게 다음 주 복귀하면 이야기하자라고 단칼에 잘라버린 것을 시작으로 나의 휴식은 시작되었다. 조금은 섭섭해하는 듯한 후배의 말투가 내심 마음에 쓰였지만 정말 이번만큼은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체크인할 때부터 마음에 쏙 들었던 다도세트로 남편과 저녁마다 향긋한 레몬차를 즐겼으며, 테라피 프로그램을 통해 여기저기 뭉쳐있는 몸을 풀어주기도 하였다. 밤에는 루프탑에 올라가 나무데크에 누워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별들을 바라보기도 했다. 쌀쌀한 듯한 밤공기를 깊게 들이마시고 내시자 마음 한 구석에 꽉 막혀버린 듯한 느낌이 깔끔하게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평소와 다르게 휴가 기간 동안 하지 않았던 행동.
휴가 기간에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지도 않고 여행사진으로 무조건 바꾸던 프사도 변경하지 않았다는 것
별것 아닌 것 같은 이 행동이 생각보다 나에게 자유로움을 주는 것이 아닌가, 의외였다.
SNS에 올릴 사진과 문구를 생각하며 핸드폰을 바라볼 시간에 맑은 하늘을 한번 더 바라보았으며, dm메시지에 답변하고 카톡 답변할 시간에 수영을 하며 몸을 더 많이 움직이니 몸과 마음이 충전되는 기분이 드는 게 아니겠는가. 왜 지금까지는 그렇게 나의 여행에 대해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해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일상 그 모든 것에서 일주일만이라도 나를 차단하려고 했던 이번 휴가의 목표는 달성하였으며 집으로 돌아온 현재 몸과 마음이 충전된 것이 느껴져서 매우 만족스럽다.
20대의 내가 이번과 같은 일정으로 휴가를 보냈다면 심심하다고 소리쳤을지도 모르겠지만 30대의 나에게는 지금까지 다녀왔던 국내여행 중 최고라고 외칠 만큼 만족도가 높은 여행이었고 휴식이었다.
강원도 정선의 맑은 공기와, 너무나 맑았던 가을 하늘.
그리고 푸르른 나무와 별이 가득했던 밤하늘까지 하나하나 잊을 수 없다.
오늘과 내일이 지나면 다시 그 전쟁 같은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내심 슬프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회사를 나가야 나에게 또 완벽한 휴가를 선물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이번엔 정말 휴가를 휴가답게 보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