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OT수당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점심시간은 보통 회사원에게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하지만 나에게 점심은, 말 그대로 또 다른 ‘업무 시간’이다.
스태프 역할로 하나의 실에 두 개의 부서가 있다.
그 부서에서도 나는 유일하게 ‘식사 메이트 담당자’로 불리는 사람이다.
점심 11시 50분. 임원실에서 SSG 나오시며
"갑시다”
말한 사람은 부장도 아니고, 팀장도 아니고, 임원님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MZ이라 불리는 직원들은 도망간 지 오래고, 나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만, 나도 MZ의 가장 연장자이긴 해도.. MZ인데..?? 못 도망가고 책임감으로 자리를 지키는 내가 신기하다.
회사 구내식당 이모님들은 내 얼굴을 안다.
“아, 오늘도 임원님이랑 오셨네요.”
고생스러운 걸 아는지 반찬은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나는 자리를 버뜩 찾고, 임원님은 자연스럽게 나를 향한다.
오늘도 식당 메뉴가 좋다고 하시면서.
그 말은 곧 “오늘도 1시간짜리 침묵의 미팅”이란 뜻이다.
식사 중 대화의 90%는 임원님의 지난 영광 이야기다.
최근 코리안 시리즈를 우승한 그 전자회사 출신이기에 그 회사 자랑이라 던 지
HR출신이 조직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그리고 ‘요즘 젊은 친구들은 말이야…’로 시작하는 단골 코너.
나는 맞장구를 친다.
“아, 그렇군요.”
“역시 다르십니다.”
“그때는 정말 대단하셨겠어요.”
이 세 마디면 보통 한 끼는 무난하게 넘어간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임원님은 커피까지 세트로 즐기신다.
무조건 직원 카페테리아 커피. 돈 쓰는 것에 강박이 있을 정도로 싫어하는 사람이기에..
커피 주문을 하며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오늘도 점심시간은 사라졌구나.”
사무실 돌아오면 12시 59분
다른 직원들은 이미 커피를 다 마시고 자리로 돌아와 있다.
나는 ‘점심 업무’를 마치고 이제야 진짜 업무를 시작한다.
가끔은 그냥 혼자 김치찌개에 밥 비벼 먹고 싶다.
누구 눈치 안 보고, 말 한마디 안 하고, 조용히 30분만.
나도 귀에 에어팟을 끼고 유튜브를 보며 온전히 내 점심시간을 갖고....
그런 점심이 사치가 되어버린 게, 요즘 내 직장생활의 현실이다.
오늘도 11시 50분이 다가온다.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나오죠. 첫눈에 난 점심인걸 알았죠
“점심?”
그 순간 나는 깨닫는다.
내 점심시간은 또 출근했다.
점심시간은 보통 회사원에게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하지만 나에게 점심은, 말 그대로 또 다른 ‘업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