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동안 세계의 과학계와 산업계를 선도해 온 기술 가운데는 과거같으면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 기기묘묘한 기술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 사물인터넷(IoT) 기술, 인공지능(AI) 기술, 음성인식 기술 같은 것들은 이미 ‘오래 전에 등장한 기술’로 치부가 될 정도로 이미 일반화, 제품화, 상품화가 이뤄졌습니다. 지금은 제5세대 이동통신 기술이라는 ‘5G 기술’과 ‘자율주행차량 기술’, 결국은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는 ‘로봇 기술’이 첨단기술이라는 대접을 받는 중입니다.
# "세상을 편리하게 만든다"는 '안면 인식 기술'의 장단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런 첨단기술들이 결국은 ‘센서 기술’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서, ‘자율주행차량 기술’이나 ‘로봇 기술’ 역시 물체를 보고(시각), 소리를 듣고(청각), 냄새를 맡고(후각), 물건을 만지고(촉각), 입으로 맛을 보는(미각) 감각을 통해 주변의 상황을 파악한 뒤 유효적절한 판단을 내리는(인공지능)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는 ‘센서 기술’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가 있습니다.
이런 ‘센서 기술’ 가운데 최근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과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이 바로 ‘자동 안면 인식 기술’입니다.
‘자동 안면 인식 기술’이란 쉽게 말해서 고성능 카메라로 사람의 얼굴을 찍은 뒤 이것을 이미 구축해 놓은 ‘데이터베이스’ 안의 자료와 비교해서 여러 가지 판단을 내린 뒤에 적절한 처리 방향을 결정하는 기술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카메라에 찍힌 사람이 누구인지, 지금 그 사람의 기분은 어떤지, 그 사람이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를 빠르고 쉽게 판단할 수가 있습니다.
비근한 예로, 중국에서는 공안(公安)들이 이 기술을 이용해서 범죄자는 물론, 심지어 공과금을 납부하지 않거나, 교통신호를 위반하려는 사람을 사전에 적발해 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자동 안면 인식 기술’을 실제로 부지런히 활용하는 나라에 일본도 포함이 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파나소닉(Panasonic Corporation)은 ‘자동 안면 인식 게이트’를 일본 내 여러 공항에 추가로 공급하고 외국인 여행객을 위한 출국 절차에도 확대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추가 주문으로 일본 전국에 총 203개의 자동 게이트를 공급하게 되며, 이 중 123개가 외국인에게 사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실 파나소닉의 ‘자동 안면 인식 게이트’는 2017년 10월 처음으로 일본 법무성 이민관리국에 의해 도입됐으며, 지금까지 137대가 일본의 주요 공항 5곳(도쿄 하네다, 도쿄 나리타, 나고야 주부 센트레어, 오사카 간사이, 후쿠오카)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번 추가 주문을 통해 2019년 7월 24일 도쿄 하네다 공항을 시작으로 66개의 추가 게이트가 삿포로 신치토세(11월 중순), 오키나와 나하(2020년 7월 초) 공항을 포함한 7개 공항에서 운영될 계획이라는 소식입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자동 안면 인식 기술’의 확대 적용이 일본의 관광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문명의 이기'도 '악마의 도구'도 될 수 있는 것이 첨단 기술
일본 정부는 지금 관광 국가가 되고자 하는 목표를 세워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을 2020년까지 연간 4000만명, 2030년까지 6000만명으로 늘리려고 합니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방침에 따라 법무성은 안면 인식 게이트를 통해 일본인의 출국 및 재입국 절차와 외국인의 출국 절차를 간소화해서 더 많은 출입국 관리자를 외국인 검사 절차에 투입하고 통과 절차를 빠르게 하면서 엄격한 관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2017년 10월 18일부터 파나소닉의 안면 인식 게이트 3개가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 이민국에 처음 배치됐으며, 2018년까지 일본의 5대 주요 공항에 총 137개의 안면 인식 게이트가 배치돼 운영 중입니다. 이 시스템은 신속하면서도 엄격한 이민 절차를 여행객에게 제공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생체 데이터를 사전에 등록하지 않고도 여권에 내장된 IC칩 속 여행자 얼굴 사진 데이터와 안면 인식 게이트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비교해 신원을 확인합니다. 법무성에 따르면 일본 여행객의 약 80%가 파나소닉의 안면 인식 게이트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파나소닉의 ‘자동 안면 인식 기술’은 일본의 관광산업 활성화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렇지만 이런 ‘자동 안면 인식 기술’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일본 정부가 이 기술과 구글의 검색 기능을 연결해서 일본 정부의 정책에 반대를 하거나, 알고리즘을 설정해 범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자동’으로 입국 허가 대상에서 제외시킬 가능성도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비단 일본 정부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정부가 똑같은 일을 벌일 수가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이런 종류의 ‘자동 안면 인식 기술’이 이 세상을 오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고도의 통제가 이뤄지는 국가나 세상으로 가는 단초가 될 지도 모릅니다.
물론 ‘자동 안면 인식 기술’이 세상을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데 도움을 줄 것인지, 아니면 국가들을 고도로 통제된 전체주의 나라로 만드는데 악용될 것인지를 지금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좋은 쪽보다는 좋지 않은 쪽에 먼저 활용됐다는 것을 인류의 역사는 보여줍니다. 기술이 과연 어느 쪽에 사용되는 지 우리가 항상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글 : 김중배 [한국조명신문] 발행인 겸 편집인. 조명평론가.
# 이 글은 [한국조명신문] 2019년 10월 1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