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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남 Apr 28. 2023

12. 아직도 그대 이름은 찰리

삼십  년 만에 다시 음악을

LAZOFE, DEAR MY FRIEND를 발표하고 나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다행히 얼마 안 되지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어 급히 취업은 안 해도 되기에 도서관을 찾아 한번에 세 권씩 책을 대여했다.

오랜만에 여유를 갖고 한 달 동안 40여 권을 읽었다.

그리고 곡을 더 녹음하고 싶어 녹음실을 예약하고 2 년 전에 만든 STILL YOUR NAME IS DARLING이라는 곡의  편곡에 들어깄다.

그 곡을 만들게 된 배경은 이러했다.


2016 년 봄, 아침 출근 시간에 퇴계로에 손님을 내려주고 남산 소월길을 올랐는데 콜이 떴다.

출발지는 하얏트호텔이고, 목적지는 인천공항이었는데 내가 배차가 되었다. 

바쁜 출근 시간이라 호텔 앞에 택시가 없었나 보다.

호텔에 도착하니 중년의 백인 남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작은 가방 하나만 들고 그대로 뒷죄석에 올랐다.

한남대교를 건너 올림픽대로에 접어들자 나는 말을 걸었다.

나는 외국인이 탔을 때  항상 말을 거는데 그 이유는  '오늘 영어 연습 좀 하자'였다.

'여행하시는 분 치고는 가방이 아주 작네요.'라고 말하자, 그는 반가운 표정으로

'나는 호주 육군대령으로 한국주재 호주대사관의 무관인데 일본으로 발령이 났어요.  그래서 이미 짐을 모두 에어카고로 먼저 부쳤어요.'라고 했다.

나는 그가 호주 육군 대령이라는 말에 갑자기 오래전에 본 그 방송이 생각이 나서 그에게 물었다.

'혹시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찰스 그린 중령을  아십니까?' 하자, 그는 '알고 말고요. 그는 부산유엔공원에 묻혀있고, 그의 부인과 딸도 다 압니다. 유엔공원의 한국전  참전 호주군 묘지 관리와 행사는 나의 업무 중 일부였어요. 그런데 당신이 어떻게 그린 중령에 대해 아십니까?'라고 하였다.

나는 '약 이십 년 전에 KBS 일요스페셜이라는 다큐 프로그램에서 그 사연이 소개되었어요.

그린 중령이 한국전에서 전사한 후 그의 아내는 홀로 딸을 키우지요. 딸이 성인이 되자 부인은 대학에 입학하여 문학을 전공하지요. 

그리고 작가가 되어 남편과 호주군의 한국참전사를 책으로 펴내 베스트셀러가 된 스토리였어요. 특히 부인은 언젠가 때가 되면  나도 남편 에 잠들고 싶다는 순애보에 감동이 왔었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부인이신 올윈 그린 여사는 현재 90세 이신대 살아계시며. 만일 돌아가시면 남편곁에 묻힐 수 있도록 한국정부에서 허락하였습니다.'라고 말했다.


퇴근 후 나는 인터넷에서 그린 중령을 검색했다.

그리고 책이 국내에 번역본(아직도 그대 이름은 찰리)이 출간된 것을 알고 사려고 했으나 아쉽게도 오래전에 절판되었다.

나는 그 책의 내용을 블로그에서 찾았는데 한 편의 름다운 시가  있었다.


아침이 그토록 눈부셨던 그날

달콤한 작별 키스 아직도 남아있는데

곧 돌아온다는 그 말 믿지 말 것을

지구의 동쪽 끝 미지의 나라


당신의 소식을 받은 그날

늦가을의 붉은 사과는 시도록 아름다웠소

언젠가 때가 되면

나도 그대 곁에 잠들고 싶소

아직도 그대 이름은 찰리

영원한 내 사랑


나는 이 시에 멜로디를 붙여보았다.

약 보름 후 곡이 완성되자 나는 교회에서 목사님과 사모님에게 들어보라며 연주했더니 너무 좋다고 칭찬하셨다.

그런데 걱정이 하나 생겼다.

만일 이곡을 가수가 부르게 되어 유명해졌는데,

작가가 '왜 남의 작품을 허락도 없이 음악을 만들었어요?' 하며 소송이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나는 아예 가사를 새로 만들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절은 그들이 처음 만나 바닷가에서 사랑을 나누던 풍경을, 2절은 한국으로 떠나던 날과 전사 소식을 받았던 날의 풍경을 묘사했고, 후렴은 영어로 해보니 훨씬 음악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별들이 가득한 바닷가에서

뒤척이던 파도 소리 잠 못 이루고

부드럽게 속삭이던 그대 목소리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는데


It was as beautiful as you that red apple in late fall.

The day when I recieve your last love letter.

When the day comes then I'll be by your side.

Still your name is darling, dear my darling


꼭 잡았던 내 손 놓고 뒤 돌아가던

칠월의 시골길 푸르던 플라타너스

그 잎이 낙엽 되어 바람에 실려

눈물 젖은 내 뺨을 스치던 그날


주일날 교회에서 다시 연주하니  목사님과 사모님 모두 처음의 가사보다 훨씬 더 좋다고 하셨다.

나는 곡의 제목을 STILL YOUR NAME IS DARLING으로 정하고, 만든 지 2년 만인 2017년 10월에 녹음하여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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