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지와 잎이 필요하다
인터넷으로 원두커피를 구매해 택배로 왔다. 깔끔하게 포장을 해놓아 기분이 좋아졌다. 포장 속에는 카탈로그가 있었다. 원두 판매도 하고 교육도 하고 카페도 하고 뭔가 여러 가지를 한다는 내용이다. 또 작은 카드들이 있었다. 카드마다 각각 원두에 대한 설명을 써놓았다.
카탈로그, 카드들은 일종의 요약본이다. 회사에 대한 요약, 원두산지에 대한 요약... 물론 쓰인 것이 정보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정해진 틀 안에서 필요한 이야기를 담으려 노력했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특히 학생의 신분일 때 우리는 ‘요약’을 많이 보게 된다. 요약들로 학습하고 시간을 아끼고 핵심을 익히려 한다. 혹은 긴 책의 내용을 직접 정리해 필요한 부분들을 암기한다. 교과과정에서의 요약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거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시간은 부족하고 이해하고 암기할 양은 많다. 그러니 필요한 부분을 반복해야 효율적이고 목적에 맞는다.
하지만 당신이 교과과정이나 자격증 합격에서 벗어난 공부를 한다면 어떨까? 정말 요약은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비판하려는 취지는 아니다. 하지만 익숙한 탐구방식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좋은 탐구라는 본질을 깊게 고민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응용력과 창의성이 충분히 발휘되기를 기대해 보자.
1) 요약의 단점
우리나라 사람들은 학교나 학원에 의한 효율적인 학습, 핵심이 요약된 학습을 주로 겪어왔다. 이미 체계화된 지식. 정해진 사실을 받아들이고 빨리 숙지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물론 시대가 지나 이런 학습방법도 발전한 측면들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탐구가 한 개인의 탐구능력을 길러주는 데 얼만큼의 기여를 하고 있을까? 교과 학습방식에 대해 문제가 있다 하지만, 막상 스스로 학습하면 요점정리, 핵심암기에 집중된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교과과정이 끝나면 탐구를 멈춘다. 그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기존의 학습방법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 귀찮음, 현생의 바쁨... 등등.. 탐구하는 능력은 한쪽에 미뤄두기 쉽다. 필요와 목적에 의한 수동적인 학습으로 시작된 탐구이므로 자발적인 탐구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러나 시대는 점점 변한다. 지식에 대한 접근이 훨씬 쉬워졌다. 지식을 갖춘 사람에게 더 혜택의 문이 열린다. 스스로 지식을 쌓고 생각하고 소신을 갖는 요령을 갖추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관심사에 알맞은 책을 읽고, 자기 의견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점점 나아지려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익숙치 않아 힘들어하면서도 조금씩 나아짐을 위로 삼는다.
교과학습과정에서 탐구하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요약'으로 인한 단점을 메우지 못한 것을 하나의 원인으로 들고 싶다. 요약은 필요한 것을 알게 하는 요긴한 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정 단계에 이르면 결국 시간당 성과를 위해 너무 많은 정보를 덜어내 버린 모습이 된다. 요즘 방송을 살펴보면 전문가들이 나와 역사나 경제, 과학을 흥미 있게 풀어준다. 쉽게 말해 살들이 많이 붙어 나온 이야기다. 요점정리와는 다른 접근법으로 어느 정도 자세한 설명에 시간을 할애한다. 전문가 자신의 안목이 어느 정도 첨가되기도 한다. 넓은 시야로 바라보던 기존의 시각에서 돋보기를 가지고 자세히 살펴보니 흥미롭다. 상대적으로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좀 더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2) 깊은 탐구
자기가 직접 탐구하는 과정들을 겪으며 한 분야에 대한 지식들을 쌓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직업적으로는 전문가, 아마추어로는 마니아나 덕후라는 칭호로 부를 수 있겠다. 그런 사람들은 "뭐 저런 쓸데없는 것들까지 다 알고 있지?" 싶은 것들을 많이도 안다. 그 속사정을 살펴보면 기꺼이 남들보다 많이 파내려 갔으며, 많이 헤메본 과거를 가지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누구나 자기 분야를 정하고 배워야 할 때가 온다. 그리고 그런 탐구들은 교과서를 요약하던 기존의 관점에 변화를 일으킨다. 처음 교과서를 마주했을 때의 학습은 지름길로 목적지에 가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자기 분야에서 그런 배움의 방식은 한계가 드러난다. 응용해서 성과를 내거나, 남들이 이해되게끔 쉽게 가르쳐야 하는 등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 한 차원 높은 탐구가 필수가 되는 것이다.
그럼 탐구력을 길러 무엇인가를 잘 알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제 3자가 보기에는 우여곡절을 겪는 일이다. 구석구석 길을 다니면서 여러 루트를 헤매면서 왔다 갔다 하며 알아내기를 반복하는 일이다. 여러 사람들의 말과 여러 책들을 방황하면서 실력을 쌓는 과정은 여태껏 지름길로만 가던 탐구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럼 결국 어떤 분야를 탐구하게 하는 능력의 첫 단추가 무엇일까? 개인적인 결론은, 결국 '나'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호기심이 있고, 질문이 있고, 배워야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어떨까? 학습은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된다. 불을 피우기 위해 불꽃과 마른 낙엽이 필요하다. 누가 원해서가 아닌 자신이 원해서 저걸 해봐야겠다는 불이 일어난다면, 그것을 지속해 깊이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당신에게는 어떤 근원적인 질문이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봐라. 무엇을 얻고 싶어 간절히 필요하든, 순수한 자기 안의 질문이든 상관없다. 그리고 그것이 아주 엉뚱해서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한다 해도 좋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예를 들어 최근에 필자는 ‘나르시시스트’라는 용어가 궁금해 한동안 탐구해 봤다. 주위의 어떤 사람들이 나르시시스트 같기도 했고, 또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나와 주변 사람들을 지킬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관련한 책들을 몇 권사서 읽어 보고 영상도 찾아봤다. 물론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대단한 혜택을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체성을 흔들고 선을 넘으려는 사람들을 잘 알게 되었다. 놀라웠던 것 중 하나는 나르시시스트인 상대는 계획이나 의도가 아니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하며 상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외면하며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겠지만)
앞에서의 예처럼 내 안에 드는 질문을 간단히 탐구하는 과정도 좋다. 한 주제를 갖고 기간을 정해 조금씩 탐구하는 일은 도움이 된다. 책도 읽고 영상도 찾아본다. 그러다 더 깊이 들어가고 싶으면 전문가의 세미나나 교육도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탐구한 내용들은 분명 인생에 좋은 작용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호기심이 일어나는 곳을 학습해 보기를 추천한다. 스스로가 궁금해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찾아보라. 그것에는 자연스레 동력이 따른다. 단, 집중해서 평소보다 좀 더 깊게 파보라. 그 질문에 맞는 자료들을 찾아보자. 특히 책을 읽는 것은 개인적으로 필수라고 생각한다. 좋은 책을 보았을 때 양질의 정보를 만나 더 좋은 질문과 호기심이 생겨난다. 질문이 또 질문을 낳아 더 깊어지는 효과가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