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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별 Toni Jul 01. 2023

제 멋대로 북클럽

The Life Before Us, 에밀 아자르

7월 1일, 열다섯 명의 북클럽 회원들과 책 여행을 시작했다. 우리가 여행을 가는 책은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을 영어로 번역한 책, <The Life Before Us>이다. 영어로 쓰인 책을 읽는 북클럽이기 때문에 영어 책을 골라야겠는데, <자기 앞의 생>을 꼭 함께 읽고는 싶고, 그래서 영어 번역본으로 골랐다. 오랜 배송 기간을 감내하며 나의 억지를 흔쾌히 받아 준 멤버들에게 고마웠다.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할 때마다 심사숙고하는데, 이 책이 부디 멤버들의 인생에 큰 영감으로 남기를 바란다.


여행의 출발을 신나 하며 첫 번째 이벤트를 마련했다. 세상 풍파를 겪으며 혹독한 성장기를 보내고 있는 주인공 모모, 삐딱한 반항아처럼 행동하지만 넘쳐나는 감수성으로 생각이 깊은 아이 모모를 만나기 전에, 어린 시절의 나를 먼저 만나보면 어떨까 싶어, '아이였던 나 소개하기' 이벤트를 공지했다. 그리고 나도 아프리카 새깜디라고 놀림을 받던, 소심하고 겁 많던, 그래서 잘 울던 아이, 명희를 불러냈다. '걱정하지 마, 미래의 너는 그래도 이만하면 잘 컸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잘 지내고 있으니까.' 명희의 작은 두 손을 살포시 잡아 줬다.


평생 혼자서 책을 읽던 외톨이였는데, 지금은 북클럽을 이끌면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거기다가 내가 원하는 책을 직접 선정할 수도 있고, 책을 읽다가 하고 싶은 질문들을 마구마구 던질 수도 있다. 심지어 줌토크까지 진행하며 회원들의 좀 더 깊은 속마음을 끄집어내기도 한다. 여전히 내가 북클럽의 리더를 맡고 있다는 게 믿기지는 않는다. 한 달 동안 한 권의 책을 읽는데, 미리 논제를 준비한다거나 진행 절차를 계획하지는 않는다. 즉흥적인 나는 그때그때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책 내용과 연관 지어 회원님들의 사적인 경험들에 관해 묻기도 하고, 마음을 탁 치는 문장들이 있으면 또 그에 관해 의견들을 나누도록 유도한다. 그래서 책에 따라 진행방식도 분위기도 달라진다. 내 멋대로 이것저것 실험해 보고 있다.


미국에 와서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한국 사람들과 소통을 시작했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물리적 거리감에 가끔 외롭고 아쉽기는 하지만, 같은 책을 읽는 동안만은 회원들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이 들고 이거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 멋대로 진행에 황당해하지 않고 잘 따라와 주시는 회원님들께 그저 감사할 뿐이다.


7월의 책 여행도 무척 기대된다. 내가 무슨 질문을 던질지, 우리가 무슨 대화를 나눌지 알 수 없지만, 여행하는 한 달 동안, 부디 많이 웃고, 같이 울며 마음이 정화되면 좋겠다. 여행에서 만날 여러 등장인물들이 분명 우리를 환영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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