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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별 Toni Nov 03. 2023

영어 원서 읽기에서 난이도가 중요할까?

영어 원서 읽기에서 난이도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독서 취향

원서를 꾸준히 읽기 위해 나는 세 가지 장치를 마련했다. 나의 영어 실력에 상관없이 흥미를 돋우는 스토리가 담긴 책, 원서를 쉽게 읽도록 도와주는 이북 리더기, 매일 읽도록 강제성을 부여하는 북클럽 활동, 이 세 개의 장치가 착착 맞물려 돌아가는 동안 나의 원서 읽기는 계속된다. 한 달에 한 권에서 세 권가량의 책을 읽는다. 한국어책을 읽는 속도에 비하면 무척 더디고 책 한 권을 읽는 게 여간 수고스러운 게 아니다. 그래도 나에게 최적화된 장치 덕에 등 떠밀리듯 책장을 넘기고, 그러다 보면 완독에 다다른다.


그렇다고 모든 책을 완독하는 것은 아니다. 완독이라는 목표 설정, 완독 누적 횟수가 동기부여와 성취감을 주지만, 때로는 결과가 과정의 즐거움을 앗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과정이 고역일 경우에는 완독을 포기하고 다른 책을 읽는다. 어떻게 보면 원서 또한 나의 취향 때문에 편식한다고 할 수 있겠다.


원서의 종류를 흥미와 영어 난이도에 따라 네 종류로 나누어 보았다. 첫 번째, 스토리가 흥미롭고 난이도가 쉬운 책이 있다. 원서 읽기에서 최적의 조건이다. 진도가 막힘없이 술술 나가면서 스토리에 제대로 몰입할 수 있다. 남아프리카에서의 실제 성장기를 바탕으로 쓴 트레버 노아의 ‘태어난 게 범죄’, 유명한 고전인 ‘호밀밭의 파수꾼’,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 ‘대성당’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세 권의 책은 색이 전혀 다르지만, 문장이 복잡하지 않고 스토리가 흥미롭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단숨에 빠져든 책들이다. 논픽션 부분에서 스테디셀러로 읽히는 책 중에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는 책들이 많다. ‘미움받을 용기’의 영어 번역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두 번째, 스토리가 흥미롭지만 난이도가 어려운 책이 있다. 이 경우에는 머리가 아주 복잡해진다. 스토리가 너무 흥미진진하여 상세하게 이해하고 싶은데, 영어 난이도가 길을 막는다. 그래도 어떻게든 완독하고 만다. 책을 연달아 두 번 읽든, 번역서를 활용하든 무조건 읽고 만다. 책의 스토리가 강렬하다면 어떤 고역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세로 임하게 된다.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같은 경우에는 책을 연달아 두 번 읽은 후 영화로도 감상했다. 원서 읽기 초창기에 읽었던 책이라 무척 어려웠는데 포기할 수 없었다. 스토리가 주는 영감이 여전히 마음 깊이 남아 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원서와 번역서를 동시에 읽은 경우인데, 번역서로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었지만 아주 흥미로웠다.



 세 번째, 스토리는 흥미롭지 않은데 난이도가 쉬운 책이 있다. 이 경우에도 딱히 독서에 흥이 돋지는 않지만 완독에 쉽게 다다른다. 책 편식에서 벗어날 기회로 삼으면 다. 메리 앤 셰퍼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과 최근에 읽었던 보니 가머스의  ‘레슨 인 케미스트리’의 경우 호평이 넘쳐나는 책이었지만, 나의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 명랑하고 당찬 여자 주인공에게 내가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네 번째, 스토리도 흥미롭지 않은데 난이도마저 어려운 책이 있다. 이 경우에는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으려고 일찌감치 완독을 포기한다. 토마스 포스터의 ‘교수처럼 문학 읽기’를 예로 들 수 있다. 나의 문학적 소양이 부족해서 소화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책 읽기를 포기했다.


이처럼 나의 경우에는 책을 선정할 때 영어의 난이도보다 스토리가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서 스토리가 의미하는 것은 픽션, 논픽션을 떠나 내가 관심가질 만한 소재와 주제를 말한다. 픽션의 경우, 나는 달콤하고 발랄한 이야기보다는 삶의 취약성을 다룬 책을 선호한다. 미사여구로 꾸며진 화려한 문체보다는 간결하고 직설적인 문체를 선호한다. 논픽션의 경우에는 온갖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며 독자를 설득하려는 책보다는 진정성 있는 자기 경험과 철학을 담아낸 책을 선호한다.




나의 취향을 안다고 할지라도 사실 책 선정이 쉽지는 않다. 북클럽에서 이달의 책 목록이 올라올 때, 책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해보고 심사숙고하여 신청을 하지만, 그 책이 나의 기대와 어긋날 때가 종종 있다. 수많은 독자의 호평이 반드시 나의 호평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게 아마존 웹사이트의 미리 읽기 기능이다. 미리 읽기를 통하여 책의 분위기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원서 읽기는 두 가지 장벽을 가지고 있다. ‘책’이라는 장벽과 ‘영어’라는 장벽이 버티고 서 있다. 평소 책과 영어 둘 다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라면, 그 장벽이 너무 높아서 도저히 넘어갈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장벽을 기어코 넘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 중 평소 책을 읽지 않지만, 영어 공부를 하려고 원서를 읽기 시작했다가 책에 푹 빠지게 된 사람들이 있다. 책에 대한 장벽은 의외로 몇 번의 시도 끝에 쉽게 무너질 수 있다. 한 권 두 권 원서를 읽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스토리를 저절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영어의 경우에는 그 장벽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시간과의 싸움이다. 일단 이것저것 시중에 알려진 공부 방법들을 따라 해 보는 수밖에 없다. 실패를 거듭하며 그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참고로 나는 원서를 읽기 전에 기본적인 문법 공부가 도움이 된다고 보는 입장이다. 내가 공부한 문법이라고는 중학교 교과 과정이 전부이다. 영어 공부와 원서 읽기에서 초보 수준이라고 판단된다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중학생용 문법 교재를 1단계부터 차근차근 공부해 보기를 추천한다. 물론 원서를 읽으면서 문장의 구조를 직관적으로 습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경우에는 원칙을 먼저 파악한 후 실전에서 응용해 나가며 이해력을 높이는 방법을 선호하는 편이라, 문법이라는 규칙을 먼저 숙지하는 게 도움이 되었다. 기본적인 문법을 익히는데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지만, 그런 노력으로 문장의 구조가 눈에 익게 되면 원서 읽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평소 자신의 공부 방식을 고려하여 시도해 보기 바란다.


원서를 읽는 게 두 개의 장벽을 넘어야 할 만큼 힘이 들지만, 일단 그 장벽을 넘고 나면 기쁨 역시 두 배가 된다. 책을 읽었다는 만족감, 거기에다가 그 책을 원서로 읽고 이해했다니 아주 흡족하다. 외국인과 영어로 첫 대화를 나누었을 때처럼 신기하고 짜릿하다. 원서 읽기, 일단 도전해 보기 바란다. 장벽 위로 한 뼘 오르고 굴러떨어졌다면, 또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 보면 된다. 포기하지 말고 부디 자신에게 맞는 장치를 찾기 바란다. 무엇보다 스토리의 강력한 힘을 믿기 바란다. 언젠가는 스토리에 이끌려 원서에 심취해 있을 날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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