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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 마리오 Oct 14. 2024

아들 손 잡고 폭풍 속을 지나는 중

5. 그 일주일의 기록 - 전문가의 눈에만 보이는 것?


세상에 대한 낙관적 믿음을 지닌 엄마와 아들이 잘못 선택한 결과라고, 내 탓이라고 가슴을 치는 중이라는 것이 지금 상황에 대한 가장 큰 전제다. 수혜자였으므로 문제제기가 조심스러운 상황임도 안다. 그럼에도 세상에 대한 믿음으로 충만했던 아들이 선택한 이 결과가 단지 금융지식, 부동산 지식 부족 탓에 생겨난 문제이기만 한 건지, 아들이 겪는 문제가 더 많은 청년들의 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에 몇 가지를 묻는다. (참고로 이미 문제가 발생한 아들이 거주하는 건물에는 2명의 청년이 같은 대출로 전세자금을 마련해 입주해 있고 함께 피해자가 될 예정이다. 지점은 달라도 같은 은행에서 대출이 실시됐다.)     


어떻게 그 건물에 은행은 대출을 실시하고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전세대출보증을 승인한 것일까? 청년을 위한 정책이라고 돈은 풀면서 중소기업청은 그 정책이 야기할 문제를 분석하고 안전망을 함께 설계하는 작업은 하지 않은 것일까?     


서울시 전월세보증센터에 상담을 갔을 때 상담한 변호사가 ‘이렇게 큰 선순위채권이 걸려있는데 왜 계약을 했느냐고’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이나 나나 이 질문을 그때는 정확히 이해 못 했다. 여전히 아들 등기부등본에 있는 채권액수를 전체건물에 걸린 액수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사를 거치는 대출에서 승인이 났으니 그것을 신뢰의 상징, 지표로 읽었다고 말하며  변호사에게 물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전세대출보증을 했는데 문제가 있으면 하지 않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믿을만한 건물’이라는 징표로 받아들인 젊은이들 만의 잘못인 거냐고, 권리를 분석하고 심사를 통해 대출을 실행하고 승인한 한국주택금융공사나 은행은 전혀 실책이 없는 건지 궁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사는 본인이 대답할 문제는 아니라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책임을 물으려면 ‘위법요소’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법요소! 이것이 일반인들의 감정과 다른 법 이론인가 싶어 허탈했다.     

 

답답한 마음에 상담센터를 나와 법을 다루는 다른 사무소를 다시 찾았다. 그곳에서는 등기부등본을 보더니 대뜸 권리분석을 어떻게 했길래 청년전세대출을 실행한 건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29.38㎡ 방 크기에 채권최고액 약 10억. 이미 말했듯 자세한 설명이 있기 전까지 당연히 건물 전체에 걸린 채권이라고 생각했던 액수였다. 다가구와 다세대를 구분할 줄 모른 결과였다. 건물은 다세대 주택이고 경매로 넘어갈 경우, 방식에 따라 한 채씩 낙찰될 수 있으므로 임차인에게 한 푼도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은행은 한국주택금융공사로부터 전세대출보증을 받아놓았으므로 문제가 없고,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임차인에게 추후 청구하면 되니까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최악의 경우 임차인만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것이다. 청년전세대출을 실행해서는 안 되는 건물이었다는 해석이다.    

  

아하! 그때서야 서울시 상담센터에서 변호사가 물었던 질문의 의도를 이해했다. 법 전문가의 눈에 뻔히 보이는 이 문제가 우리 눈에는 안보인 것이다. 결국 대출을 실행한 은행을 찾아 대출 심사과정과 한국주택금융공사 보험 승인 경위를 따지고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하나 더 보태졌다.      

이제 막 경험하기 시작한 이 길의 끝이 어디일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내 인생이 걸어왔던 시간과는 아주 달라지리라는 것을 어렴풋이 이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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