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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된 사람 Nov 21. 2021

관계도 결산이 필요하다

연말이 코앞인가 보다. 각종 어플에서 활동 결산을 해준다. 한 해 동안 어디에 돈을 제일 많이 썼는지, 책을 샀다면 어느 분야의 도서를 많이 구입했는지, 전체에서 내 위치는 어디쯤인지 등, 나의 구매패턴과 활동 내용을 데이터로 확인해준다. '내가 알고 있던 나'보다 결산 리포트에서 만난 '데이터 속의 나'는 분명하고 사실적이다.


브런치 결산리포트


사람 사이 관계도 그 간의 데이터를 토대로 한 결산 리포트가 필요한 것 같다. 단, 데이터가 구체젝인 기록의 분석인 것처럼 생각에 머물기만 한 교류는 제외하고 오직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 것들만 데이터로 하여 결산해야 할 것이다.


내가 가장 많이 말을 건넨 사람

나에게 가장 많이 말 걸어준(손 내민) 사람

단톡방(sns)에서 나에게 가장 많이 호의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반응한 사람

핸드폰에 기록된 연락처의 증감

내가 가장 많이 연락한 사람

내가 한 번도 연락하지 않은 사람

내게 가장 많이 연락한 사람

나를 가장 많이 언급한 사람

내가 가장 많이 언급한 사람

내가 받은 선물

내가 준 선물

내가 가장 많이 선물한 사람

나에게 가장 많이 선물한 사람


이렇게 정리한 리포트로 끙끙거리며 혼자 앓던 애매한 관계를 정리하고 싶다. 병풍처럼 서있던 단톡방에서도 좀 나오고, 밑 빠진 줄 모르고 다가가고 싶어 에너지를 주기만 한  불균형한 관계도 정리하고.

또 그러느라 놓친 나에게 주기만 하던 사람에게 나도 갚을 수 있으면 좋겠다.


어린애일 때보다 더 큰 무게로 혼자 남을까 봐 두려워 사람 사이의 온갖 일들과 감정을 거추장스럽게 이고 산다. 연애하면 이별이 두렵고, 결혼하면 이혼이 두렵다. 무리에 편입되었다는 안도감을 안고 조직과 모임에 들어서면, 그때부터 뒤처질까 봐 어울리지 못할까 봐 두렵다.


관계를 결산하고 싶다. 자기 연민에 빠지지도 마냥 핑크빛도 아닌 그저 담담하게 데이터로 결산하고 싶다.

보고 싶다면서 늘 내가 뒷전인 사람, 미안하다면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 좋아한다면서 좋은 자리에는 부르지 않는 사람, 싫다면서 계속 연락하는 사람  등등.

데이터 분석으로 보면 오히려 분명하겠다. 생각으로 감정을 분탕질하지 않고 오롯한 결과로 드러나니까.

관계도 결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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