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코앞인가 보다. 각종 어플에서 활동 결산을 해준다. 한 해 동안 어디에 돈을 제일 많이 썼는지, 책을 샀다면 어느 분야의 도서를 많이 구입했는지, 전체에서 내 위치는 어디쯤인지 등, 나의 구매패턴과 활동 내용을 데이터로 확인해준다. '내가 알고 있던 나'보다 결산 리포트에서 만난 '데이터 속의 나'는 분명하고 사실적이다.
브런치 결산리포트
사람 사이 관계도 그 간의 데이터를 토대로 한 결산 리포트가 필요한 것 같다. 단, 데이터가 구체젝인 기록의 분석인 것처럼 생각에 머물기만 한 교류는 제외하고 오직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 것들만 데이터로 하여 결산해야 할 것이다.
내가 가장 많이 말을 건넨 사람
나에게 가장 많이 말 걸어준(손 내민) 사람
단톡방(sns)에서 나에게 가장 많이 호의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반응한 사람
핸드폰에 기록된 연락처의 증감
내가 가장 많이 연락한 사람
내가 한 번도 연락하지 않은 사람
내게 가장 많이 연락한 사람
나를 가장 많이 언급한 사람
내가 가장 많이 언급한 사람
내가 받은 선물
내가 준 선물
내가 가장 많이 선물한 사람
나에게 가장 많이 선물한 사람
이렇게 정리한 리포트로 끙끙거리며 혼자 앓던 애매한 관계를 정리하고 싶다. 병풍처럼 서있던 단톡방에서도 좀 나오고, 밑 빠진 줄 모르고 다가가고 싶어 에너지를 주기만 한 불균형한 관계도 정리하고.
또 그러느라 놓친 나에게 주기만 하던 사람에게 나도 갚을 수 있으면 좋겠다.
어린애일 때보다 더 큰 무게로 혼자 남을까 봐 두려워 사람 사이의 온갖 일들과 감정을 거추장스럽게 이고 산다. 연애하면 이별이 두렵고, 결혼하면 이혼이 두렵다. 무리에 편입되었다는 안도감을 안고 조직과 모임에 들어서면, 그때부터 뒤처질까 봐 어울리지 못할까 봐 두렵다.
관계를 결산하고 싶다. 자기 연민에 빠지지도 마냥 핑크빛도 아닌 그저 담담하게 데이터로 결산하고 싶다.
보고 싶다면서 늘 내가 뒷전인 사람, 미안하다면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 좋아한다면서 좋은 자리에는 부르지 않는 사람, 싫다면서 계속 연락하는 사람 등등.
데이터 분석으로 보면 오히려 분명하겠다. 생각으로 감정을 분탕질하지 않고 오롯한 결과로 드러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