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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된 사람 Jun 20. 2022

1학년 1학기

아무튼  살아남음

과제 제출을 끝으로 1학기 기말고사를 모두 마쳤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어딘지도 모르고 불시착한 것 같기만 했다.

새로 지은 수업동을 못 찾아 지각하고, 모바일 출석체크가 늦어 이름이 불리고, 학생식당 식권을  잘못 뽑기까지.. 신입이라 낯설고 크게 느껴지는 사소한 실수들이 학기 초에는 꽤 나를 의기소침하게 만들었다.


중간고사를 준비하며 식당과 병행은 어렵다고 비로소 결단할 수 있었다. 경제학적 기초가 전무한 상태에서 전공을   따라가자면 별도로 병행해야만 하는 공부들이 있다. 부끄럽지만 수포자인 나는 일차함수부터 다시 찾아봐야 했다.  


며칠 밤을 새워 공부한 과목이지만, 풀지도 못한 시험지를 내고 나왔을 때는 스스로를 심각하게 의심했다.  1학기 내내 나는 나를 의심했고, 흔들렸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써먹지도 못할 공부를 하느라 시간과 돈을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급 취미 놀이에 너무 큰 비용을 치르고 있나?


내가 벌어낸 돈으로 학비를 부담한다는 것은 카드 할부로 사직서를 미루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년 뒤가 어떤 모습일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700평을 혼자 풀을 메고 5000원 국밥 한 그릇을 팔아서 만든 학비는 구체적인 실체로써 꿈을 증명해 보였다.

버티자.


이제 점심을 같이 먹고, 커피 한잔하면서 의논할 동료들이 생겼다.  공간의 구성원들과 섞일 수 있을까 하는 신입의 두려움은 어느새 해소되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만, 막상 닥치고 보면 나를 둘러싼 시간만 정지된 것 같다. 알다시피 나의 시간도 이렇듯 자연스럽게 흘렀다.


여전히 문제는 다 풀지 못했지만, 3월의 나와 6월의 내가 달라졌다는 것만 믿고 2학기에도 살아남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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