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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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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된 사람 Dec 03. 2022

수험일기 1

합격까지는 장거리 여행길, 너무 무거운 가방은 짐이야.

시험을 마치고 한 달 동안 실컷 뒹굴었다. 밀린 드라마를 보고, 낮잠을 자고, 보고 싶던 사람들도 만나고...

아무 특별한 것 없는 하루들이었지만, 괴롭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뭘 그렇게까지 신파적이었나 싶어 멋쩍기까지 했다. 시간이 약이고, 평범한 일상은 역시 힘이 세다.

이제 뭘 좀 시작해보자 마음을 먹고는 무작정 오늘부터 1일 말고, 합격 결승점에 이르는 나에게 최적화된 전략이라는 것을 세워보았다. '목표에 집중, 평정심 유지, 적절한 휴식'을 주요 뼈대로 계획을 세웠다.




1. 목표에 집중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는 '단권화와 기출문제, 그리고 이 둘의 무한반복'인 합격의 삼합이 이루어지도록 교재, 강의, 일정을 계획했다. 올해 실패 요인을 분석해 싹 갈아엎고 본질적이지 않은 것들은 모두 버렸다. 책장이 가벼워진 만큼 일정이 명료해졌다.


2. 3. 평정심 유지, 적절한 휴식

산만하고 질투심 많고, 쪼잔한 면이 있어 올해 공부를 시작하기 전 카톡부터 개인 연락 등등을 정리했었다.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의 집중과 몰입으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려는 선택으로 고립감이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단기간에 좋은 성과를 내서 빨리 일상생활로 복귀하고 싶다는 마음이 수험생활의 몰입도를 높이는 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불안이나 우울로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매 순간 자신을 의심하고 스스로를 폄훼했다. 누구나처럼 나 역시, 해피엔딩을 가장 바라고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성공을 위한 고립이 아니라, 좋아서 선택한 이 여정이 스스로를 갉아먹은 시간으로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루 중 저녁 3시간 가족과의 시간을 배정하고, 1주일에 하루는 늦잠도 자고 휴식하기 위해 평일 공부시간보다 절반으로 줄였다.


그리고, 일기를 써야지. 수험생의 일기를 누가 보겠냐만.

널뛰는 마음을 다잡고 쪼그라든 마음을 바로 펴기 위해 쓰기 시작한 글이지만, 써온 시간으로 보면 이제는 좀 성숙해질 때도 되었을 텐데, 글들을 읽어보니 내가 퇴행한 만큼 글도 볼썽사나워졌다. 누군가에게 읽힐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은 나를 객관화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너무 비관적이지 않게, 너무 날뛰지 않게. 내 마음을 단련하는 운동처럼 브런치에 일기를 쓰기로 했다. 그러다보면 글도 나도 자라겠지.





여행가방을 쌀 때, 제일 중요한 것은 꼭 필요한 것만 넣어 무게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분명하고 도착시간은 정해져 있고, 이 여행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목적지까지 가는 경로와 가방의 크기일 것이다. 이번에는 경로를 이탈하지 않고 가벼운 걸음으로 목적지에 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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