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된다고 말하지 마세요
상사 앞에서 지금, 그 순간
또래 여자 차장 세 명이 점심시간에 모여 식사를 한다.
약 1년전에 우리 회사에 경력직으로 입사하여 일하고 있는 황차장. 내가 그녀를 처음 업무적으로 만났을때의 세련되고 여성되고 똑부러졌던 느낌은 무척이나 희미해졌고, 내 앞의 그녀는 얼굴이 뾰루지가 가득 올라온 지쳐있는 모습이었다.
무슨일이 있었을까.
"요즘 많이 힘들어요?"
그녀의 말인 즉슨, 임원들과의 대화에서 그 임원이 말하는게 딱 들어도 안될것이 불보듯 뻔해서
"아, 그런데..이런이런 이유로 그 업무 추진이 힘듭니다.."라고 했더니, 그녀에게 긍정적이지 못하다, 안된다고만 말하지 말아 등등 그녀의 태도를 문제삼아 안좋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말인 즉슨, 불보듯 뻔히 안되는 일을 안된다고 이야기 하는데 그렇게 받아들이 말하지 말라는 것이냐..그럼 나는 이야기를 안하겠다..라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조금 당황했다. 왜냐하면, 나는 어린 대리였을때부터 선배들에게 트레이닝 받은게 있었는데 그것을 그 차장님은 전혀 모르고 있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그 트레이닝인 즉슨,
'윗사람이 무슨 의견을 제시할때, 우선 들어줘라.
그리고 그 이야기가 딱 들어도 안되거나 이미 검토를 통해 안된다는것을 알고 있어도 그 자리에서 말하지 마라.' 였다.
대신, 그 자리에서는
'네. 알겠습니다. 검토해보고 보고 올리겠습니다."라고 대답하라는 것 이었다. 그리고 적어도 그 날이 지난 이후,
'검토를 해보았는데, 이런 이런 사유로 어려울거 같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며 말한사람과 추진 방향을 타진해 보라는 것 이었다.
이 순간 마법이 일어나는데, 처음 의견을 개진했을때 안된다고 하면 펄펄뛰던 그분도 다음날 심각한 얼굴로 그렇게 이야기하면 한껏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를 해준다는 것이다. '왓어 매직..'
이걸 배웠고, 너무 많이 경험했기에 당연하게 생각했었던거 같다.
그런데 황차장이 이것을 모르는것을 보니, 어쩌면 이건 우리 회사만의 문화인지도 모르겠다. 안되는것을 빨리 안된다고 하는것이 비효율성을 줄일 수 있는데 눈치를 보느라 그 답을 미루는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안된다고 생각되더라도 다시 한번 검토를 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말 해보면 어떨까. 혹시 또 모르지 않나, 그땐 안되던 것이 될 수도 말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황차장에게 했더니, 황차장은 한번 적용해 보겠다며 끄덕였다.
이 방법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상사와의 갈등을 줄이는데는 효과가 있는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이건 유교사상이 가득한 대한민국 대기업, 우리 회사만의 문화인가? 문득 궁금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