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근질근질하다. 말을 해주어야 할 것 같다.
아침에 헝클어져 있는 머리카락과 동공이 풀려있는 대리님. 월요일에도.. 수요일에도 그렇다..
일에 대한 피드백도 평소와 다르게 느리다. 아니 없다.. 무슨 일이 있나 싶었는데 곁에 가보니 알 수밖에 없었다. 코를 찌르는 술냄새.. 피부에서 술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청춘사업이 바쁘다 하지만 저렇게 티 나게 해도 싶나 싶다. 회사 회식도 아니고 개인적인 일정으로 말이다.
조심스레 웃으며 말해본다.
"김대리님, 당분간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술 금지! 아침에 눈이 풀려 일 못해서 안 되겠어!"
그 말을 들은 김대리는 머리를 긁적이며 웃는다.
"티 날까 봐 마스크 쓰고 있었는데.. 티 났군요."
그런 대화가 오고 가자 주변에서는
"아이고.. 꼰대 선배.. 술 먹고 왔다고 한마디 하네요."
"내가 말할랬는데 네가 말해줬다." 라며 주변에서 나를 놀렸다.
생각해 보면 김대리에게 도움이 될 잔소리라는 알량한 마음이 스스로에게 있었지만, 내가 참지 못하고 말한 게 솔직히 더 컸다.
이후 한 달이 훌쩍 지난 지금 김대리의 아침 눈은 초롱초롱하다. "요즘 술 안 마셔? 설마 내가 잔소리해서 그런 거 아니지?"라는 물음에,
"요즘은 다음날 휴일일 때만 마셔요. 금요일, 일요일, 공휴일 전날 이렇게.." 라며 그는 배시시 웃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좀 귀엽기도 하고 미안스럽기도 했다. 일지장 없이만 마시라고 했으면 되었을 것을 몇 번 이상 마시지 말라는 건 오버 아니었나 하고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잔소리는 하지 않기로 말이다. 잔소리를 하려면 자랑하는 것과 똑같이 돈을 내고 하던가 말이다.
이번은 그래도 착한 대리님인 덕에 잘 넘어갔지만, 앞으로는 정말 조심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