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별 Jun 12. 2024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아메리카는 완전 다르다

십여년 전 일이다. 일이 한창 많은 여름시즌이었고 저녁이 늦었지만 일은 끝나지 않았다. 그 후배 얼굴에는 신경질이 가득 찼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할 분위기였다.


"아침에 내가 너 좋아하는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올께. 벤티로!" 

후배 얼굴엔 미소가 희미하게 올라왔다.


다음날 아침, 나는 출근길에 분주하게 커피를 주문했다. 당시 스타벅스 사이렌오더를 해서 시간에 딱 맞게 픽업해 가면 되겠다 싶었다. 회사근처 주문해둔 스타벅스에 지각할세라 종종걸음으로 픽업하러 갔다. 어제 그렇게 큰 소리 쳤는데, 빈손으로 들어가는건 상상할 수 없는 일 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문한 커피가 나왔고 나는 그 커피를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어 버렸다.


"저......제가.....뜨거운 아메리카노로 주문 했었나요? 그것도 벤티로........?"


손가락에 실수가 있었는지, 나 또한 피곤해서 정신이 없었는지... 내 앞에 놓여져 있었던 커피는 김이 펄펄나는 아메리카노 '벤티'였던 것이다. 난, 정말이지, 그 김이 펄펄나는 물체를 들고 회사에 들어갈 수 없었다. 차리리 결근이 나았다.


내가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으니 직원이 와서 이유를 물었고, 그 직원은 정말 천사와 같이 그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바꾸어 주었다.


사실, 둘다 커피가 맞다. 둘다 스타벅스에서 만든 아메리카노 이다. 그런데 얼음이 가득가득한 아메리카노와 김이 펄펄나는 아메리카노는 아무리 생각해도 완전 다른 물질임에 분명했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말이다.


어쩌면 모든 사물이, 우리 사람도 온도에 따라 완전히 다를 수 있을지 모른다.


열정이 가득한 마음일때와 무심함에 굳은살이 박혀있는 마음은 아무리 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같은 사람이 아닐것 이다.


다행히 그날은 얼음이 가득한 아메리카노를 들고 신나게 출근해서 하루를 잘 마쳤다.



매거진의 이전글 잔소리하려면 돈 내고 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