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왔다

by 김민영

OOO 보고 연락드립니다.

저희는 4인 가족이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가 둘 있어요.

창으로 나무와 새가 보이는 집에 삽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희가 데려오고 싶네요.



고양이를 물건처럼 사지는 말자는 게 우리 집의 원칙이었다. 결심이 서자마자 입양 사이트에 등록하고 수시로 게시판을 확인했다. 하지만 마음 가는 고양이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경쟁은 치열했고, 대여섯 번 연락을 시도했지만 아예 답이 없거나 이미 다른 주인을 찾았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른바 ‘낚시 게시물’에 속아 허탈해지기를 반복하며 한 달이 넘어갔다.


‘차라리 전문 브리더를 찾아볼까’ 고민하던 찰나, 페르시안 고양이가 집을 구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두 살 된 수놈이었다. 나는 재빠르게 움직이는 동물들에게 특히 취약하다. 위치를 눈으로 가늠할 수 있어야 덜 무서운데, 재빠른 녀석들은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벵갈 고양이가 많은 카페에 갔다가, 뛰어다니다 못해 날아다니는 녀석들 탓에 진땀을 빼며 도망친 기억이 있다.


반면 ‘귀족 고양이’라는 별명을 가진 페르시안은 기본적으로 움직임이 적다. 키우면서 내가 놀랄 일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 같았다. 게다가 고양이가 처음인 우리로서는 새끼보다는 어느 정도 자란 성묘가 낫겠다고 생각해 왔기에 녀석의 나이도 마음에 들었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인기 품종이라 이미 누가 먼저 연락했으리라 짐작했다. 하지만 문자를 보낸 직후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 당장 고양이를 데려다줄 수 있다는 대답이었다. 반가운 마음보다 덜컥 겁이 났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후회하지 않을까?’ 아이들은 통화 중인 내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결국 나는 “준비하고 기다리겠습니다”라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아이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환호성을 질렀다.


지리는 환영인사


그날 밤 9시, 도착 연락이 왔다. 우리 가족은 잔뜩 긴장한 채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멀리서 젊은 커플이 다가왔다. 남자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있었고, 여자는 사료 조금과 모래 한 봉지를 들고 있었다. 남편이 고양이를 인계받았다. 녀석은 정말 순했다. 발톱을 세우지도, 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정든 주인과 헤어지는 묘생의 대사건 앞에서도 인형처럼 고분고분하기만 했다.


그렇게 우리 집에 고양이가 왔다. 가족 중 가장 용감한 남편이 고양이를 안아 들었지만, 지켜보는 우리 모두의 팔에도 쓸데없이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몇 초 사이, 남편이 녀석에게서 지린내가 난다고 했다. 남편의 티셔츠가 조금 젖어 있었고, 태어나 처음 맡아보는 독한 악취가 풍겼다. 녀석은 오줌을 지린 것이었다. 착하고 순해서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니라, 그야말로 겁에 질려 얼어 있었던 것이다.


집에 도착하자 남편은 티셔츠를 곧장 벗어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이건 세탁해도 다시 못 입어.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소파 끝 구석진 곳에 고양이를 내려주었다. 고양이는 바닥에 닿자마자 소파 아래로 숨어 들어갔다. 사료는 물론 간식에도 흥미가 없었다. 우리는 바로 옆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켰다. 고양이에게 아무 관심 없는 척 연기를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자 녀석은 아주 조금씩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 우리가 쳐다보거나 말을 걸면 다시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었다. 숨조차 참는 것 같았다. 고양이 신이 있다면 “제발 여기서 사라지게 해 주세요”라고 간절히 빌고 있는 듯 보였다. 30분가량 그런 대치 상태가 이어지자, 아이들은 녀석의 반응에 적잖이 실망한 눈치였다.


결국 우리는 녀석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아침까지 절대 나오지 않기로 약속했다. 날이 밝을 때까지 녀석에게 거실을 오롯이 양보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첫날이 지나갔다.